자연스럽지 않으면 인연이 아닌거야

by 강아

전시장은 조용했다. 아무도 왔다가지 않은 것처럼 원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소담하게 놓여있었다. 간접조명으로 이루어진 공간에는 전시장을 지키는 수장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지나가다 들른 것처럼 그곳을 서행했지만, 사실 다른 가구는 건성으로 보면서 나의 눈은 독서모임의 그가 만든 가구를 찾아 헤맸다. 그것 앞에 섰을 때 그건 사람이 만들었기 보다는 한치의 오차도 없어 공산품같다는 느낌을 줄만큼 정교했다. 회사에서 매일 다른 생각을 하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는 나로서는 시간을 들여 누구에게도 팔지 않겠다는 비매품이 표기된 그 작품을 만드는 것이 훨씬 의미있을 것 같았다.


갔는데 아무것도 안사고 나오는 것 또한 도리가 아닐 것 같아 작은 명함꽂이를 사고 나오는데 그를 보았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그를 보자마자 나는 행인인척 다른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벤트 추첨한다는 명목으로 연락처를 응모함에 남기고 나왔지만 혹시라도 그가 나중에 내가 오게 된 것을 알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물론 있었다.



몇번 나가게 된 모임에서 어느날은 무라카미하루키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그걸 야설로 폄하했다. 하루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였다. 그의 발언을 듣는데 나는 마치 내가 부정당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건 '그와 나는 맞지 않는구나'란 생각에 서서히 발길을 끊게 만들었다. 어느날 모임이 끝나고 카페 밖에 나와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지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내밀고 있던 내게 그가 물었다. '어디 전시회 다녀왔어요?' 그를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베이지민소매목폴라에 흰셔츠를 덧입고, 같은톤의 와이드니트팬츠에 카멜색의 울자켓으로 톤온톤한 날 감각적인 그가 눈여겨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궁금했고 그 또한 그랬을 것이란 건 시간이 좀 더 지나서야 곰곰히 생각한 후에 알 수 있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으면 집에서 책을 읽다가 '지금 뭐하는거지'란 생각이 들지 않을거란 그는 여행이 싫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취향이 맞지 않으면 힘들어'란 생각으로 애써 밀어냈다. 그의 흘린듯 던진 말에 '전 아이는 낳기 싫어요'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그 모임을 나가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않으면 인연이 아닌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은연중에 그와의 관계를 '결국에는 만나지 않게 되었다'라고 혼자 관계를 종결시켜 놓고선, 또 미련하게 어느 무료한 날 생각나게 될 나는 아직도 내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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