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긴 휴무여서 평소와 같은 예민함이 디폴트인 상태에서 벗어났다. 주말엔 포토샵을 배우는데 친구에게 주려고 어제 산 귤을 가져갔다. 근처 가게에서 샀는데 만원에 20개가량 들어있었다. 물가가 비싸구나 생각했는데 맛이 월등하게 달았다. 이 정도 맛이라면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친구는 커피를 사두었다. 주말에 쉬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친구를 만나는 게 기다려졌다. 그녀는 사려 깊고 담백해서 잘해주고 싶어졌다. 만날 때마다 그녀에게 뭘 바라고 준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부채감을 느끼는지 되갚았다. 안 그래도 되는데 생각했지만 주는 거니 기쁘게 받기로 했다.
가고 싶은 브런치가게가 있었는데 만석이어서 분식집으로 갔다. 친구는 원예프로그램을 최근에 진행했다고 했고 내일은 콘서트에 간다고 했다. 혼자서도 시간을 잘 지내는 게 좋아 보였다.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니까 오늘 같은 시간도 더 소중해진다. 한 주 동안 많이 생각했노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란 걸 준비해 놓은 커피나 점심을 먹고 건넨 천혜향 등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이지만 비행기표를 예매해놓지도 않았고 가까운 숙소를 예약해 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쉬고 싶었지만 막상 쉬게 되자 막막해져 도서관을 찾았다. 그럴 때마다 책은 내게 위로를 주었다. 고독사로 죽게 되지 않을 거라고 <안녕, 커뮤니티>가 말해 주었다. 내일은 칩거하려 했지만 명절동안 읽을 책을 빌리러 다시 도서관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