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회의가 있어 청으로 바로 출근했다. 역시나 입장이 불가능했고 인근 주차장에 주차하고 들어가는데 안내원이 인도로 가라고 잔소리한다. 회의가 가기 싫으니까 다 마땅찮게 보였다. 왜 안 오냐고 독촉하던 상사는 내가 전화하니 안 받고 계장이랑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나 안 가도 된다고 했던 회의인데 계장 주무관, 나 보스 이렇게 4명이 온 것도 웃겼다.
담당자는 어지간히 나오기 싫었는지 전화를 하니 자리를 비웠다고 했고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그와 우리 네 명은 회의를 시작했고 자료는 내가 출력해 간 걸로 보스가 설명했다. 보스는 중간에 설명이 막히자 나보고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설명하다가 나는 그러데이션 분노가 되었다. 이유인즉슨, 데이터를 각각 못준다고 해서 그럼 구분한 엑셀을 우리가 주겠다고 했더니 그 또한 구분이 가능하단 이유에서였다.
윗선에서 기업정보에 민감하다는 건 알겠다. 근데 우리가 양보를 했으면 그쪽도 양보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법에 따르면 우리가 받아야만 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본인도 찾아보고 왔는지 30조에 의하면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회의는 마무리됐다.
결국 안 왔어도 되는 회의였다. 그 자리에서 계장은 보스에게 설명을 토스했으며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계장이 보스에게 과도하게 의지하는 것도 꼴 보기가 싫었다. 그 내용은 내가 보스에게 설명을 해야 보스가 계장에게 설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계장에 내게 전화하지 않는 이유는 '급'이 달라서다. 본인은 계장이니까 일개 직원과는 통화를 할 수 없다는 거다. 이런 계급의식에 쩌든 행태를 볼 때마다 '네가 맘에 안 들면 나가야지 불평하지 말고'란 생각만 들지만 욕하면서 십 년을 다니고 있다.
결국 계장은 점점 화를 내고 있는 내 말을 끊고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청주무관에게 읍소했다. 방안은 내가 말한 대로 틀을 주면 그거대로 주면 된다. 근데 그게 혹시라도 잘못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다. 나는 회의장소를 오기 전부터 뿔이 나 있었고 회의를 와야 한다고 안 순간에도 가기 싫어서 몸이 뒤틀릴 정도였다.
회의가 끝나고 보스는 설득을 할 생각을 해야지 왜 화를 내냐고 했다. '목적을 달성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그는 여전히 나를 나무랐다. 또 내 차를 타고 있으면서 잔소리를 일삼는 그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이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5분 거리라 조금만 참자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승진시즌인데 상사와 불화하고 타기관과도 불화하는 내가 잘못된 건가? 애초에 다른 사람과 잘 지낼 것이었다면 내 주장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타인의 말에 '예예'하고만 있을 스타일은 아니란 거다. 근데 너무 안 맞는 환경에 못처럼 튀어나와 있으니까 그냥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건 안다. 근데 요샌 정말 턱에 차올랐다. 돌파구가 없으면 안 된다. 뭐라도 하나는 돼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