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시험으로 마음은 분주한데 막상 무엇이 시험에 나올지 몰라서 허둥대는 일주일이었다.
처음에 교육학으로 전공을 정한 건, 임윤찬처럼은 연주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한 번의 미스터치가 있을 때도 신경이 쓰이고 불만족하는 날 알기 때문이었다.
시험과목에 펜타토닉 스케일 등이 나온다고 했고, 그에 따라 급하게 선생님을 구해서 수업을 들었다.
처음엔 성인피아노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학원에는 피아노를 전공한 선생님은 있지만 작곡을 전공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화성학을 배우려면 백병동의 책을 참고할 것을 권유받았고, 결국 숨고를 통해 강사를 구했다.
대략 시간당 4만 원의 강사료로 책정되어 있었고, 그중 서울 상위권 대학의 작곡과를 전공한 사람도 있고 근처에 있는 교대 재학생, 나아가 해외석사를 한 사람까지 풀은 다양했고 순식간에 10개 정도의 견적을 받았다. 해외석사생은 거리가 다소 멀었고 교대생은 별도의 작업실이 없어 장소를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학벌은 대단치 않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실용음악학원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약속을 잡고 강의료를 냈다.
강사가 어떤 학교에 지망했고 시험과목이 뭐냐고 물었다. 공지에는 시창청음을 한다고 나와있었는데, 항상 악보를 읽기만 했지 그리는 건 익숙하지 않았다. 강사는 다이아토닉 스케일과 디미니쉬드 코드, 어그먼트 코드를 알려주어서 조금 감이 잡혔다.
숙제는 장조 음계, 단조 음계, 겹감, 증감 등을 파악하는 것이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를 음표 아래 적는 것도 있었는데 단번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아 복습을 했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는 메일이 왔는데 시험을 2번으로 나누어서 writing과 aural로 본다는 것이었다. 쓰기 시험이 펜타토닉 스케일을 적으시오 같이 나오면 '123, 56도입니다'라고 쓰면 되는 것이지만, 공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화성학 전반에 대한 내용을 물어본다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메일을 보냈다.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교육과로 선택했어. 음악 전공을 한 것이 아니고 급하게 화성학을 공부했지만 부족할까 봐 걱정이 돼. 혹시 피아노과로 전과할 수 있을까?'
라고 했더니 '처음에 지원할 때 교육학으로 해서 그건 변경할 수 없어. 부담 갖지 말고 도전해 봐'라고 친절하게 답변이 와서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갔고 시험 첫 번째 당일이 되었다. 헝가리 시간 9시는 우리나라 4시였다. 7시간의 시차가 있었고 시험 15분 전에는 microsoft teams에 들어와 달라고 해서 회사 연차를 3시 반부터 썼다. 집까진 십분 걸렸고 집에 와서 세팅을 하니 딱 십오 분 전이었다. 뭐가 나올지 몰라 학원강사와 필기한 내용을 훑어보는 동안 4시가 되어 영상통화가 왔다.
시험 당일에는 비디오를 켤까 말까도 고민했는데 교수가 켜라고 했다. 키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내 고뇌하는 모습은 인상이 잡힐 테고 그걸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좀 그래서였는데, 교수는 얼굴을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처음에 나온 내용은 피아노로 교수가 연주하면 그걸 악보에 옮겨 적는 일이었다.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프린트해 오라고 한 오선지가 있었는데, 한 중국인 학생이 출력해오지 않았는데 교수는 친절하게 해당 메일을 다시 보내줬다. 잠깐의 지연 끝에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절대음감인 나는 악보를 옮겨 적을 수 있었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코드를 적으시오 같은 문제는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 문제는 피아노 반주에 소프라노가 부르는 악보를 옮겨 적는 것이었다. '진짜 소프라노를 섭외하는구나'라는 놀람도 잠시, 곡은 5번 이상 반복되었고 그걸 옮겨 적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아무리 빨리 음표를 그려도 음표를 적는 동시에 다음 마디는 시작되고 있었고 그걸 따라잡기 위해서는 오선지에 점을 찍고 박자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해당 음표를 바로 떠올릴 수 있지만 그걸 악보에 적는 건 일시정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음만 앞섰다. 모든 음표를 채우고 싶었지만 공란으로 비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고 시험지를 언제 내느냐가 궁금했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3번 문제를 향해 갈 뿐이었다.
세 번째는 연주하는 곡이 옥타브 이상이었고 오선지에 그걸 구별해서 적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네 번째는 코드를 연주해 주며 그걸 악보에 적으라고 했는데, 가령 도미솔 c코드를 연주하며 그걸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다섯 번째는 플랫이 붙었을 때 그걸 악보에 표현할 수 있는지와 그랬을 때의 코드를 그릴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들리는 건 다 들렸지만 그걸 악보에 표현하는 것이 조금 미숙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쓰기 시험이 끝나자 그간 걱정했던 게 약간은 날아가는 느낌이어서, 해소감에 저녁을 차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