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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다 안 보이면 걱정되는

by 강아

그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너무 멋져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번아웃이 왔다는 그에게 '너도 그런 걸 천천히 찾으면 돼'라고 말하고 대화는 일단락이 됐다.


코로나에 걸려서 회사를 쉬고 있다던 그는 다음 주부턴 회사에 다시 가게 되어 자주 못 올 수 있다고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휴가 기간에 휴양지를 예약했다가 극 p라서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은 대참사로 결국 숙박을 남겨두고 집으로 다시 되돌아온 나였다. 이유 중 하나는 연습실 이용 여부도 있었는데, 거제에선 연습실 비용을 알아보니 한 시간에 만원이었고 세종에 돌아오면 학원비를 결제해 놨기에 한 달간 무료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눈뜨면 요가를 하고 피아노학원에 가서 저녁을 먹을 때까지 피아노를 연습하는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의 단순성은 삶을 꽤나 명쾌하게 해 줬다. 그때 만난 게 얘네들이었고 휴가는 막바지에 다라 그도 나도 회사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도 휴가를 '잠깐 쉬고 있다'로 표기했던 건 회사원인 정체성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원이 아니고 백수라면 누가 나를 봐주기나 할까, 누군가가 백수라면 나도 그를 어떤 선입견 하나 없이 온전히 볼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하고 있던 차였다. 누군가가 나를 온전한 나 하나로 봐주길 원했지만 그런 건 또 요원한 일 같기도 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신기하게 방송을 오지 않았고 그건 로그아웃으로 들어왔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보이던 애가 안 보이니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방송은 안 봐도 되는데 밥은 먹었는지 잘 지내는지 걱정돼서'

라고 보내자

'사실 저번주부터가 회사를 이직해서 새롭게 다니게 됐어요. 그래서 방송을 잘 못 봤지만 응원합니다'라고 연락을 주었다. 그러자 조금 안심이 됐고 그는 그 이후부터 다시 방송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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