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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만난 변태

by 강아

거기서 만나는 애들 중에 나이를 공개하다 알게 된 건 어떤 애가 91이었다. 나보다 2살이 어린 나이지만 그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근데 그 쪽지가 복붙 해서 붙인 것처럼 닉네임이 틀려 있었다.


그날은 변태인 작자가 방송을 보다가 바흐를 야하다고 한 날이었는데, 그건 필히 나에게 비추어서 그렇게 본 것이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있던 다른 방청자가 '물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대요'하는 말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왔다.


그 조용한 애는 다른 시청자들이 있을 땐 말을 아끼고 사람이 없을 때만 말을 하는 애였다. 그 방송이 끝나고 저녁에 한번 더 켰는데 조용한 애랑 까불이가 들어왔다.


까불이는 방송을 보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라며 긴 글을 보내왔다.


'너도 사회생활 해봐서 알겠지만 원치 않은 상황에 원치 않는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 좋아하는 걸 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싶어서 방송을 하게 됐어'란 말에


'멋져요. 저는 사실 번아웃에 빠진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에 이래서 더욱 우울했는데 방송을 보고 힘을 내게 됐어요'라고 연락을 해 왔다.


예전의 나라면 타인이 번아웃에 빠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의 내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타인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가 '저는 주변인이 행복한 게 좋아요. 그러니까 누나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걸 듣자 그 마음이 옮겨갔다.




변태일을 겪고 나서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던 나는 그에게 쪽지를 다시 보냈고 그는 '이상한 사람이 있었네요'라며 위로해 주었다. '방송에 이상한 애들 많잖아'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너는 믿고 싶다'라고 했던 건 이상한 사람만 틈 괜찮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같은 분야 내에선 그 나물에 그 밥 청취자였지만 한 번의 미스터치가 나기만 해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나는 그 몇 명의 청취자라도 소중했다. 꼭 연주를 해야겠다면 성인취미반 연주회를 나가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타인의 연주는 듣기 싫었다. 이유는 한 번의 미스터치 때문이었다. 그래서 방송을 하게 됐고 그들은 나만큼 예민한 귀는 아닐 테니 몇 명이 남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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