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은 글과 사진을 사랑하는 분이었는데, 해당 학급을 그대로 맡고 싶다고 해서 4학년으로 동일한 학우로 올라간 적이 있다. 글쓰기를 즐기게 된 건 이 선생님 때문이다. 한 번은 가족들과 진달래꽃을 보러 간 일기를 길게 썼는데, 그때의 상황과 현상을 자세하게 묘사해서 선생님이 잘 썼다고 했다. 그때 뇌리의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다.
수다쟁이가 아니었지만, 글로 쓰는 건 말로 하는 것보다 쉬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런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최근에 '운이 좋았던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경험이 없는 것 같았다. 근데 오늘 가족 카톡방에 동생이 이 일기를 보내주는데 '운이 좋다는 건 이렇게 사소한 것이었지'라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린 나는 길을 가다가 학원차를 보고 운 좋게 얻어 타고 왔는데 그때의 다행스러운 기분을 지금도 알 것만 같았다. 근데 왜 성인이 된 지금은 이렇게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행운이 잘 생각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린 나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로 썼었는데 내 시간강박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시간에 늦는 걸 병적으로 싫어해서 내가 그런 경우에도 참을 수 없지만 상대방이 그런 경우에는 엄격한 편이라서 멀어진 친구도 있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생각하니 글쎄 어릴 때부터 그러지 않았을까 했는데 기억 속의 나는 1분 늦은 것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있었다. 막상 친구는 1분 늦은 거에 대해 비난하고 그러지 않았을 텐데 내가 나 자신에게 아쉬운 거다 1분 늦은 게. 인간은 바뀌지 않는구나 다시금 깨달은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