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며 본 A본부장은 최악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했는데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다. 그 팀에 가고 나서야 알았다. 그는 지연학연에 최적화된 사람이었고 상대방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그 행동으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건 기안 결재 안 해주기였다. 그는 부도덕함을 내재하고 있었고 감사 등으로 해당 사건이 터지면 본인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이유는 사업담당자가 잘못했지 본인은 결재한 죄밖에 없다는 명목이었다. 과거에 음식점을 결제해 놓으라 하고 식당명까지 지목해 놓고선, 감사에 걸리자 그건 내가 한 것이지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사는 원룸 앞에 와서 '당신이 그랬다고 하라'
고 협박한 사람이었다.
현재 맡고 있는 사업은 조사사업인데, 나라장터에 발주를 하면 업체는 보통 예산금액을 전부 적어내지 않기 때문에 낙찰차액이 발생한다. 그런 차액을 연말이 되면 다른 예산으로 돌려 쓰는 일이 발생하는데, A본부장은 작년에 해당 예산을 우리 회사를 위해 쓰는 거라고 말하면서 홍보비를 본인 친구에게 주려고 했다. 그 친구는 그의 대학 동문이 운영하고 있는 홍보대행사 대표였고 그런 행동은 과거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쇄회사인 그 회사는 행사 같은 홍보를 잘할 수 있지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 밀어주어 당시 사업담당자는 곤욕을 먹었다. 하지만 본부장은 그 회사에게 작년에도 밀어주려 하다가 결국엔 웹진을 만드는 자격은 되지 않아 다른 회사에게 과업은 돌아갔다. 결국 오천만 원이란 돈이 눈먼 자에게 간 것이다.
올해 사업담당자가 내가 되었고, A본부장은 올해도 우리 직원을 위해 쓴다고 하며 그걸 왜 다른데 쓰냐고 뭐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속셈을 알고 있는 한 그러기가 싫었고 과거에는 보스가 그러라고 하면 그래야 하는 줄 아는 내가 아니었다. 사업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힘이 있었고 A본부장보다 권한이 센 상위랑 이야기하며 정리했다. 그는 결재하는 순간에도 못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힘은 이제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다른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상사가 보고하고 오자, 상사는 '계약이 안된 줄 알고 계시던데?'라며 보고를 들어갔다 나오라 했다. 나도 A본부장을 마주하고 싶지 않고, A본부장도 들어갔을 때 그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서로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계약되었습니다'라고 말하니 그의 특기인 말 돌리기를 시전 하며 '아니 돈을 다 쓸 수 있냐는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정해진 계약금액을 다 못쓸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서로가 말은 하지만 대화라고 할 수 없는 걸 말하고 나오면서 '저 찰거머리 같은 놈 끈질기게도 붙어있네'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를 향한 나의 혐오는 그 끝을 모르고 깊어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