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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pr 21. 2023

[충북] 함께 피는 개나리와 벚꽃

청주 무심천

오랜만에 국내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겨울에 해외를 다녀온 이후에 국내 여행을 거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쓸 내용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봄을 맞이하여 얼마 전에 꽃 구경을 다녀왔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내 고향이자 벚꽃과 개나리가 한데 모아 피는 것으로 유명한 청주의 무심천이다. 그럼 오랜만에 쓰는 국내 여행이야기를 시작한다. 



방문일자: 2023년 3월 25일(토)

주차: 청주 용화사 인근(주차비 무료, 단 주말에는 매우 혼잡) 


"와! 진짜 예쁜데? 여기는 서울보다 조금 빨리 폈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주는 나의 고향이다. 그래서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동네라서 사실 나는 청주를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을 잘 안해봤다. 청주는 여행할 만한 곳이 언뜻 떠오르지도 않고, 실제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가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짝꿍과 청주에 있는 부모님을 방문할 때에도 청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그냥 부모님 댁에서 하루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청주에서 꼭 가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청주 중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으로, 이곳은 벚꽃이 피는 시기에 가야한다. 이번에 가족 행사로 청주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벚꽃이 피는 시기와 맞물려서 짝꿍과 함께 무심천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우리는 용화사 근처에 주차하기 위해 용화사 앞길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차들과 사람들이 뒤섞여서 한껏 복잡했지만 다행히도 주차 장소를 빠르게 발견하고 차를 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일단 멀리서 전경을 바라봤다. 우리가 무심천에 갔던 날은 3월 25일 토요일이다. 예전이면 벚꽃이 아직 피기 전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 때문에 벚꽃이 예상보다 빨리 피기 시작했고, 우리가 갔던 날 무심천의 벚꽃은 만개하기 직전이었다. 특히 벚꽃을 개나리와 같이 볼 수 있는 곳(용화사 인근)에는 만개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벚꽃과 개나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봤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이렇게 개나리와 벚꽃이 온전하게 어우러지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욱 특별하다. 이내 우리는 무심천을 건너가기 위해 천변으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천 돌다리를 건너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의 뒤를 따라 냇가를 건넜다. 



"벚꽃하고 개나리하고 같이 있는 게 너무 예쁘다!" 


무심천을 건너서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우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계단 옆을 바라봤는데 개나리가 1층에 있고 벚꽃이 2층을 차지하고 있는 풍경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우리는 벚꽃 나무 아래에서 두 개의 꽃이 함께 나오도록 많은 사진을 찍었다. 벚꽃 아래에서 찍은 사진은 우리 뒤로는 개나리가 배경이 되어주고 우리 위에서는 벚꽃이 우리는 감싸안고 있었다. 그곳의 모습이 정말 예뻤고 더욱이 그곳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두장 찍고 가던 길을 계속 가려했지만, 우리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꽤 많은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사진을 모두 찍고 우리는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계단 위에는 벚꽃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피어난 벚꽃이지만, 청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청주가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무심천으로 나들이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심천은 청주 사람들이 평소에도 자주 찾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평소처럼 무심천으로 나들이를 간다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을 것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거나 걸어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벚꽃 아래를 걷다보면 중간중간 사람이 없으면서 사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꽤 많았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피어난 벚꽃이 너무 예뻐서 자꾸만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예쁜 장소가 나오면 그 대화가 잠시 끊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무심천 벚꽃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 주제가 갑작스럽게 바뀌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청주에 찾아온 봄날을 만끽했다. 



우리는 무심천을 따라 걸었다. 걷다가 멈춰서 사진을 찍고, 또 걷다가 멈춰서 풍경을 감상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벚꽃을 보는 것이 약 2~3년 만이서서 그 순간이 더욱 즐거웠다. 작년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이전에는 코로나로 인해 벚꽃 나들이를 자제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우리의 삶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작년에 영국을 갈때만 해도 여전히 코로나로 변해버린 일상이란 느낌이 조금 더 강했는데, 이제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많이 돌아온 듯했다. 그래서 그 순간이 너무도 감사했고, 벚꽃과 함께 우리의 일상에 찾아온 봄날을 짝꿍과 즐겼다. 


무심천 체육공원에서 시작한 우리의 꽃놀이는 제1운천교를 건너 우리가 시작한 지점에 돌어와서야 끝이 났다. 거리로 따지면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중간에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걸었기 때문에 차로 돌아왔을 때는 시간이 어느덧 꽤 지나있었다. 벚꽃 아래를 걸으면서 수 없이 많은 사진을 찍고, 그 모습을 바라봤는데 막상 차에 타려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벚꽃과 개나리가 함께 피어있는 반대편을 바라보았고,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벚꽃길을 둘러보았다. 어렸을 때 기억도 많이 나서 괜스레 아련해지고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짝꿍은 옆에서 가만히 바라바 주었고, 나의 추억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라? 여기서 많이 뛰어놀았겠다. 그치? 


그 때는 나의 부모님과 함께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짝꿍과 함께 이곳을 오게 되어 새로웠다. 내가 어릴 때 추억을 쌓았던 공간과 풍경을 짝꿍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짝꿍도 이곳에서 나와 함께한 순간을 즐거워했고, 그 어느 곳에서 봤던 벚꽃보다 더욱 아름답다고 했다. 

"내년 봄에도 여기 와서 벚꽃 보자. 매년 여기로 와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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