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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r 14. 2024

[스코틀랜드] 영국 최고봉의 관문

포트 윌리엄(Fort William)

넵튠의 계단을 보고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포트 윌리엄(Fort William)이다. 이곳은 넵튠의 계단에서 불과 5분 남짓 걸릴 정도로 바로 옆에 있었고,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중부에서 가장 큰 동네이다. 하이랜드 전체를 기준으로 해도 도시로 분류되는 인버니스(Inverness)를 제외하면, 하이랜드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고 한다. 그러면 포트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오, 여기는 대형 마트도 있고, 사람 좀 많은데?" 


포트 윌리엄은 들어가는 길부터 차가 막힐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왕복 2차선 도로에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가기 때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해서 차가 막히는 것도 있지만, 이곳을 잠깐 동안 머물 경유지로 삼아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우리도 그 중 하나로, 비교적 하이랜드의 중심부인 포트 윌리엄을 기준으로 숙소를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인지 주차 공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을 한복판에 공영주차장이 있길래 그곳에 차를 대면 마을 중심부를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곳에 주차했다. 시골이라 그런지 주차비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하는 주차장이라서 5시 정도에 도착한 우리는 1시간 비용만 내고 원하는 만큼 주차할 수 있었다. 


차를 대고 우리는 바로 마을 중심거리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교회도 있고, 슈퍼마켓인 테스코도 있고,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이 있었다. 식당이나 펍도 많았고, 중심부를 조금만 벗어나서 기차역이 있는 곳으로 가면 역 뒤편으로 모리슨(Morrisons)이라는 대형마트와 그 주변으로 맥도날드를 비롯한 식당과 카페가 몇 개 있었다. 일단 우리는 마을 중심 거리를 따라갔는데, 길 양 옆으로 여러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다만 비교적 늦은 시간에 도착한 탓에 대부분의 상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영국 시골에서는 상점이 5~6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그 순간에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들이 모두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 마음을 쉽게 날려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길 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식당이나 펍을 찾아가는 여행객, 친구들과 모여 공놀이를 하는 현지 청소년들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길 위를 방랑하고 있었다. 



포트 윌리엄은 사람들이 많이 거쳐가는 마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을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10분 남짓 걸었을까, 우리는 마을 중심 거리의 끝에 다다랐다. 사실 들어가 볼만한 상점이 모두 문들 닫았고, 그렇다고 식당이나 펍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빠르게 이 길을 관통했다. 여행객이 많아서인지 마을에는 전체적으로 활기가 돌았다. 지금까지 자연 풍경을 벗삼아 로드트립을 하면서 이런 활기를 느낄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분위기 속에 젖어들었다. 운전만 아니었으면 펍에 들어가서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 대신 숙소 가서 마실 맥주를 테스코에서 구매했다. 


"영국인들은 돈을 벌 생각이 별로 없는 건가...?"


그렇게 거리를 걷는데 우리 옆으로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 무리가 지나갔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자라서 스페인어도 모국어인 짝꿍이 그들의 대화를 잠시 엿듣더니 갑자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영국은 왜 그렇게 상점 문을 빨리 닫는지 불평하고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식당도 문을 닫은 상태라서 밥을 먹을 곳조차 찾을 수 없다고 불평 중이었다. 사실 스페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밤 늦게까지 먹고 마시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에 식당이나 상점이 이 시간에 문을 닫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짝꿍은 그들을 보면서 안타깝지만 이게 영국의 현실이라고 나즈막히 이야기했다. 영국인인 짝꿍조차 왜 이렇게 일찍 하루의 장사를 마감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영국인들은 가족과의 시간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 역시도 영국에 살면서 이것 때문에 겪은 불편이 꽤 많아서인지, 그들의 대화에 충분히 공감했다. 



그리고 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호숫가 옆으로 인도가 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내려갔다. 잔잔한 호수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옆에 두고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곳 이후에 가볼 곳이 더 남아 있었기에 더 지체하지 않고 마을을 떠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호수를 벗삼아 돌아가기로 한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그저 호수 옆을 바라보면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주차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방향을 봤을 때 그렇게 되었어야 했다. 불과 10분 앞을 예상하지 못한 우리는 호수를 옆에 두고 평안하고 기분 좋게 거닐었다. 호수와 그 산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변함없이 아름다웠고, 그 위에 떠있는 배 몇 척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 순간만큼은 자연을 오롯이 즐기고 있었다. 


"어...? 여기 건너가는 곳이 없는데??"


그렇게 조금 걷던 우리는 이내 현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에는 횡단보도가 없었고,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길을 건너야했던 우리는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앞을 보고 뒤를 돌아봤다. 앞으로는 횡단보도를 3개나 건너면서 모리슨까지 가서 크게 한바퀴 돌아야 했고, 뒤로는 온 길을 그대로 거슬러 가야 했다. 어느 길이 더 빠를까, 우리는 그냥 앞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두 방향 모두 거리는 비슷했기에 이왕 이렇게 된거 온 길 그대로 다시 돌아 가기보다 새로운 길로 가보자는 심산이었다. 길을 건너면 5분도 안되어서 도착했을 거리를 우리는 10분 넘게 걸어야 했다. 그 길에 횡단보도가 있었으면, 하나만 건너면 됐을 텐데, 우리는 횡단보도를 3개를 건너야 했다. 뭐... 이것도 여행의 일부겠거니 하면서 받아들였지만, 앞에 다른 목적지가 있었던 우리는 다소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우리가 가려고 하는 다음 목적지는 시간 제한이 있는 곳이 아니라, 날만 밝으면 되는 곳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먼 길을 돌아 우리는 차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걸음 탓에 우리는 다소 지쳐 있었다. 숙소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하던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더 움직이기로 했다. 그만큼 다음 목적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은 매우 컸고, 나는 서둘러 그 장소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포트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곳에서 한것이라고는 그냥 거리를 거닌 것 뿐이라서 많은 이야기가 담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나 영국 최고봉인 벤 네비스(Ben Nevis) 산을 트레킹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쳐가는 경유지이기 때문에, 이곳은 꼭 소개해야 하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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