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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n 04. 2024

[스코틀랜드] 이국적인 평온한 마을

우이그(Uig)/이드리길(Idrigil)

우리는 포트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포트리를 기준으로 스카이섬 북쪽이 타원형으로 되어 있어서, 그 타원을 일주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타원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일주하는 데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 3~4시간 후면 포트리로 돌아오겠다고 생각하면서 포트리를 떠났다. 그 이후에 우리 계획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포트리에서 북쪽으로 향하던 중에 만난 작은 마을에 대한 이야기이다. 



"와! 날씨 진짜 좋다. 속이 탁 트이네." 


스카이섬 북쪽 반도의 왼쪽 도로를 따라가면 포트리를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바다가 나타난다. 스카이섬까지 오기 전에는 산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하며 운전했는데, 이제는 산이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면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급할 것이 없던 우리는 그저 시시각각 변하는 경관을 바라보며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어제는 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은 우리에게 자연풍경을 감상하라고 파란 하늘이라는 선물을 주었고,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서로 만나 상쾌한 풍경이 되었다. 산이 만들어내는 웅장함, 장엄함도 멋있지만, 하늘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청명함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음 속에 있는 모든 번뇌가 씻겨져 나갈 것처럼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깨끗했고, 시원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가다가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감상하고 가기로 했고, 차를 세울만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다가 움푹 들어간 작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우리가 차를 세운 장소는 우이그 타워(Uig Tower)에서 조금 못 미친 곳이었다. 타워까지 갈까 했지만,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웠고, 타워도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그냥 눈에 들어온 장소에서 멈춰선 것이다. 차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가 어느 정도 왔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까 우리가 멈춘 있는 곳이 스카이섬 북쪽 반도의 중간쯤에 있는 우이그(Uig)라는 마을이었다. 사실 풍경을 조금 더 차분하게 감상할 겸,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멈춘 것이라서 이 마을에 특별한 것이 있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과 마을의 모습이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하달까. 



우이그에서 내려다보면 물 건너로 작은 마을이 보이는데, 그곳은 이드리길(Idrigil)이라는 마을이다. 많지 않은 집들이 여유로운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었다. 한쪽으로는 광활한 바다와 웅장한 산맥이 자리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잔잔하게 너울거리는 바닷물과 산 아래 자리잡은 집들이 고즈넉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의 이목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무언가는 없었지만, 이곳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평화로운 분위기와 더불어 바다와 산에 안겨 있는 작은 마을에서 느껴지는 아늑함이 더해져서 자연스럽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청량함을, 산에서 보이는 녹색은 상쾌함을 더했다. 특별한 것 하나 없는, 영국의 작은 바닷가 시골마을이었지만 이곳에서 전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이 꽤 오랫동안 우리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그 풍경에 얼마나 빠져 있었을까,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이드리길 마을로 들어섰다. 위에서 본 것처럼 마을은 평화로웠고 아늑했다. 마을을 그대로 지나치려던 나는 잠시 길가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산 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을 마을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도 별로 없는 마을에서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일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순간의 감정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청명한 날씨와 푸른 바다, 그리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마을이 어우러져 나의 오감을 자극했을 것이다. 차 밖에서 마을을 잠시 서성이던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왔고, 곧 마을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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