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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May 21. 2024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의 수도

포트리(Portree)

슬리가찬 다리를 떠난 우리는 스카이섬 북쪽으로 올라갔다. 메인 도로를 따라 약 15분 정도 이동했는데, 우리의 두 번째 목적지인 포트리(Portree) 마을에 도착했다. 포트리는 스카이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스카이섬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거쳐가는 곳이다. 과연 많은 관광객을 끌어당기는 이 마을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마을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음... 마을 정말 작다. 뭔가 콘월에 있는 작은 마을하고 느낌이 비슷한데?"

"맞아! 나도 그 생각했어. 근데... 콘월에 있는 마을이 더 예쁘다."


포트리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이곳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다. 스카이섬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면서, 대부분의 여행객이 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에 한켠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그 주차장 규모를 보면서 우리의 기대감은 더 올라갔다.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 시골에 있는 곳이라서 마을의 규모가 작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에 비해 주차장이 꽤 컸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니까 주차장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놨겠지라고 생각했다. 넓찍한 덕분에 빠르게 차를 댈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우리의 예상대로 마을은 작았다. 한바퀴 둘러보는데 30분이나 걸렸을까,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포트리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를 먼저 찾아갔다. 그곳은 여러 척의 배가 떠 있는 바다와 그 옆에 알록달록한 집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말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이었다. 잔잔한 바다와 그 위에 있는 여러 척의 배가 전형적인 항구 마을의 모습이었지만, 다양한 색깔의 집들이 이곳을 평범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의 풍경이 포트리 앞바다를 여러 겹의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는데, 이러한 모습이 마을을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포트리 마을과 앞바다의 아름다운 경관을 언덕 위에서 편안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영국 남부의 아름다운 항구 마을이 많은 콘월에서 태어난 짝꿍은 이곳의 모습이 다소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예전에 포스팅했던 콘월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콘월의 바다는 정말 청명하고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암괴석과 해안 절벽도 많고, 길게 이어지는 해변도 콘월 곳곳에 있다. 하지만 포트리 앞바다는 물 색깔부터 다소 탁했고, 마을 전체적인 모습도 콘월의 작은 항구 마을에 비하면 아름답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우리가 영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콘월의 바다를 워낙 많이 보고 와서인지 이곳, 포트리의 마을 풍경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우리는 약간의 실망과 함께 포트리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마을답게 상점도 많았고, 음식점과 카페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리고 길에는 우리처럼 마을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스카이섬에 찾아온 관광객이 이곳으로 모여든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마을은 차들과 사람들이 뒤엉켜서 꽤나 복잡했다. 특히 작은 슈퍼 앞에는 물이나 간식거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차가 사람보다 느리게 다니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곳 포트리를 빠르게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곳의 풍경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스카이섬까지 와서 사람과 차에 치이면서 다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여행을 하면서 스카이섬의 모습을 차분하게 감상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점심은 먹고 가는게 낫지 않을까?"

"저기 피자집 있다. 저기서 피자 먹고 가자!"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도 우리는 포트리의 골목에서 눈길을 떼지는 않았다. 좁은 골목에는 그나마 사람이 없어서 마을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차장에 가기 전에 공중화장실을 발견했고, 우리는 앞으로 언제 화장실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이곳에서 화장실을 잠시 들렀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화장실이 눈에 보일 때 가야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고, 때마침 그 바로 앞에 피자집이 눈에 들어왔다. 피자를 먹은 지도 오래되었기에,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일반 식당이 아닌,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빠르게 주문했고, 포장 전문점답게 피자도 빠르게 나왔다. 


피자를 들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먹을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주차장 근처로 가니까 벤치가 여러 개 있었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앉았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벤치를 찾으러 이동하는 동안 피자 냄새를 맡으니까 순식간에 배가 고파졌고, 우리는 앉자마자 피자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식사였는데, 생각 외로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나와 짝꿍은 야외에서 먹어서 그런 것일까, 혹은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일까에 대해 토론했는데 피자 자체가 맛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빠르게 피자를 먹은 우리는 차로 이동해서 다음 장소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포트리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음식이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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