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입부터 숙소까지
우리는 이전 글에서 본 스카이다리를 지나 스카이섬으로 들어섰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육지와 가까워서 막상 들어오니까 섬이라기보다는 육지의 연장선인 것 같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강화도나 거제도와 같은 느낌이랄까. 섬에 들어선 우리는 곧장 숙소로 갔다. 시간이 7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꽤 장거리를 운전해서 얼른 숙소에 짐을 풀고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은 섬에 들어선 순간부터 숙소까지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와... 진짜 장관이네. 말로만 듣던 스카이섬의 풍경이 이런 것이구나."
스카이섬에 들어서고 5분이나 지났을까, 우리 눈 앞에 거대한 풍경이 나타났다. 여기까지 오면서 여러 모습의 자연풍경을 봤고 그 때마다 감탄하고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했지만, 스카이섬의 풍경은 지금껏 봤던 것 이상이었다. 옆에 있던 짝꿍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우리가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아내기 바빴다. 나는 운전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는 못하고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만 바라봤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정도로 스카이섬의 풍경은 장엄했고 압도적이었다. 차에서 내려서 조금 더 오롯이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질 때 즈음, 길 한쪽에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곳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일단 주변 풍경을 한바퀴 둘러봤다.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두더라도 그곳에는 우리를 압도하는 풍경이 있었다. 스카이섬이 영국에서 풍경이 웅장하고 아름답기로 많이 유명한 곳이지만, 들어오자마자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까 비로소 스카이섬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간이 다소 늦었고 숙소까지 가는 길이 남아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곳의 풍경을 충분히 음미했다. 이틀 뒤에 섬을 빠져나가면서 볼 수도 있었을 테지만, 처음 본 그 감동의 순간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세와 그 사이로 길게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살펴봤다. 산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그 끝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 길이 우리가 가야할 곳이었고, 우리는 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기 위해 멈췄던 길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이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늑하네. 내려서 잠시만 보고 가자."
우리는 주변의 풍경을 끊임없이 바라보면서 숙소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렸다. 섬이 생각보다 크고, 우리가 잡은 숙소가 꽤가 깊숙하게 위치해 있어서 1시간 넘게 더 가야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다 보니 인적이 드문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숙소까지 15분 남짓 남았을까, 우리는 작은 마을을 하나 지나갔는데 그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 영국의 평범한 시골 마을일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 호수가 길게 이어지고 여러 채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예뻤다. 위에서 바라보면 집 하나하나의 모습이 조금 작게 보이기 때문에 장난감 마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고 그냥 주변 풍경을 스윽 바라본 후에 다시 길을 따라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일종의 농가였다. 농가라고는 하지만 숙소로 잘 다듬어져 있어서 지내는 데 불편한 점은 거의 없었다. 다만 숙소가 워낙 작아서 조금 전에 마을을 바라볼 때 느꼈던 그 감정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장난감 마을을 보고 온 듯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장난감 마을에 있는 집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워낙 외진 곳에 있고 숙소가 작다는 후기가 많아서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 숙소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어느 큰 숙소보다 훨씬 더 아늑했고 자연 속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짝꿍도 하이랜드에서 머물렀던 곳 중에 이 숙소가 가장 맘에 든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는 먼 길을 운전해서 스카이섬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앞에 풍경 진짜 그림이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밤을 보냈다. 밤새 차 한 대 지나가지 않고, 주변으로 사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서 너무도 평화롭고 안락했다. 다음 날, 눈을 뜨고 창문 밖을 바라본 우리는 곧바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전날과 다르게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카이섬은 날씨가 변덕스런 것으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변덕이 심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파란 하늘이 나타나면 그 순간을 서둘러서 즐기고 만끽해야 한다. 바깥 공기는 너무도 상쾌했다. 도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시골 공기만의 상쾌함이 우리를 감쌌다. 우리는 그 기분 그대로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거닐었다. 전날 흐린 날씨와 다소 늦은 시간 때문에 잘 보지 못했던 숙소 주변을 풍경을 그제서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구름이 하늘의 절반을 덮고 있긴 했지만, 해가 있는 곳을 피했기 때문에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내리쬐고 있었다. 전날이 다소 우중충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스카이섬은 청량함과 화사함이 가득했다. 파릇한 잔디밭 위에는 하얀색 건물이 여유로운 간격을 두고 이어졌다. 그리고 그 앞으로 실제로는 강이지만 이름은 호수인 하포트호(Loch Harport)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지도를 보면 바다로 이어지는 강인데 왜 호수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스코틀랜드어로 Loch는 호수를 의미한다.) 우리는 길을 따라 잠깐 걷다가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토스트와 커피를 빠르게 준비해서 야외에 놓인 테이블에서 비경을 앞에 두고 근사한 아침을 먹었다. 이렇게 스카이섬에서의 둘째날이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