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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pr 22. 2024

[스코틀랜드] 스카이섬 가는 길(2)

두이치호 전망대/에일린 도난성/스카이다리

우리는 포트 아우구스투스(Fort Augustus)를 뒤로 하고 서쪽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나와 짝꿍이 내뿜는 설렘이 차 안 공기를 가득 메웠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장소이자, 하이랜드 로드트립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스카이섬(Isle of Skye)으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말로는 정말 많이 들었던 스카이섬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 서쪽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여기서 잠깐만 쉬었다 가자. 간단하게 점심도 해결할 겸." 


내가 운전하는 동안 옆에 앉아있던 짝꿍은 열심히 식당이나 카페테리아를 찾아보고 있었다. 포트 아우구스투스에서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고 출발해서 가는 길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스카이섬까지 가는 길이 워낙 시골길이라서 가는 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짝꿍이 카페 하나를 찾아서 나에게 알려줬다. 1시간 남짓 달렸을까, 우리는 짝꿍이 찾은 카페에 도착했다. 란도르 베이크하우스(Landour Bakehouse)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클라우니호(Loch Claunie) 끝자락에 있었다. 영국 시골 마을 특유의 감성이 가득한 카페였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토마토수프와 간단한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랬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들어간 곳이었지만, 그곳의 분위기나 음식은 꽤 괜찮았다. 오히려 포트 아우구스투스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에서의 시간은 만족스러웠다. 


나는 카페에서 점심을 해결하면서 가는 길에 잠시 들를 만한 장소를 찾아봤다. 워낙 경치가 아름다운 지역이기 때문에 잠시 멈춰서 풍경을 감상할 만한 장소는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곳은 두이치호 전망대(Loch Duich Viewpoint)였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메인 도로를 벗어나서 소로를 따라 가야했다. 하이랜드가 산악지역이라 로드트립 초반에는 이렇게 소로를 운전할 때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며칠 동안 운전하다보니 하이랜드 도로 상태가 꽤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즈음에는 좁은 시골길을 운전해야 하더라도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전망대를 선택하는 데 별다른 고민이 필요없었다. 



"와... 여기는 또 다르게 장관이네." 


두이치호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예상한 대로 좁은 임도였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마주오는 차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둬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더라도 쉽게 피해갈 수 있었다. 길의 포장 상태는 양호했고, 우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전망대까지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깨졌다. 전망대까지 오르던 중에 말 두 마리가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우리는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말은 우리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처럼 길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지나쳤다. 그 이후에는 정말 문제 없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까지 꽤 긴 거리를 좁은 길로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긴장하면서 운전을 해서인지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다. 


구글맵에 전망대라고 표시가 되어있긴 하지만, 산길을 올라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주차장도 당연히 없었고, 우리는 길 한쪽에 안전하게 주차했다. 차에서 내려서 2~3분만 걸어가면 두이치호와 주변 산세가 그려내는 장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보는 경관은 지금까지 봤던 것과는 또 달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기 때문에 주변의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호수가 내려다 보였고, 그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환희를 느꼈다. 언뜻 노르웨이에서 봤던 피오르가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오랫동안 좁은 산길을 운전해 온 노고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이었다. 더욱이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이 우리뿐이어서 우리는 이 작품을 독점하고 마음껏 감상했다. 눈으로는 이 장엄한 모습을 감상하면서 자연이 전달하는 모든 것을 오감을 통해 오롯이 받아들였다. 한참을 바라보던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지 않고, 오던 방향 그대로 나아갔다. 지도를 보니까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결국 메인 도로와 만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또 다른 전망대가 있어서 겸사겸사 그곳에서도 잠시 멈춰 보기로 했다. 좁은 산길을 구불구불 따라 내려가다 보니 차 몇대가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도 그 옆에 차를 세웠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지도에서 봤던 곳으로, 에일린 도난성(Eilean Donan Castle)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이다. 에일린 도난성은 하이랜드를 여행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사진으로 많이 본 장소이다. 하이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성이자, 많은 여행사나 여행 관련 홈페이지에서 이 성을 하이랜드의 상징적 요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짝꿍도 스카이섬 가는 길에 이 성을 꼭 보고 가고 싶다고 했고, 마침 우리가 가는 길에 이 성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두이치호와 롱호(Loch Long)가 만나는 작은 섬에 세워진 이 성은 13세기에 건설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파괴되고 다시 복구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이 성은 그 아름다움 때문에 수많은 관광객이 찾을뿐 아니라 커플의 웨딩 찰용 장소로도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또한 많은 영화,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활용되면서 에일린 도난성의 명성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위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은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자연 속에 어우러진 고성의 모습은 예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돌로 만들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짙은 갈색으로 변한 성의 외관이 예스러움과 멋을 더했다. 그 모습에 반한 우리는 이 성을 들어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포트 아우구스투스에서부터 달려온 탓에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성의 입장 시간이 이미 끝나있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성을 조금 더 살펴보고 이곳을 떠났다. 



에일린 도난성을 떠난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작지만 북적거리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카일 오브 로칼쉬(Kyle of Lochalsh)라는 이름의 이 마을에는 꽤 큰 규모의 코옵(Co-op) 슈퍼마켓이 있어서 이 마을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슈퍼를 들렀다 간다. 이곳이 이렇게 활기찬 것은 이 마을이 스카이섬으로 들어서기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카이섬을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이곳에 잠시 멈췄다 가는 것이다. 스카이섬이 워낙 멀리 떨어진 시골이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살 곳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도나도 이 슈퍼로 향하는 것인데, 사실 스카이섬 안에도 이 정도 규모의 코옵 슈퍼마켓도 있고 필요한 물건을 살 만한 슈퍼는 꽤 여럿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기름을 넣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스카이섬 안에 주유소도 있었고 심지어 섬 안에 있는 주유소의 기름 가격이 더 저렴했다. 


우리는 북적거리는 마을을 지나 좁은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바로 스카이섬을 육지와 연결하는 스카이다리(Skye Bridge)를 조망하기 위해서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탓인지, 아니면 다리는 사람들이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이곳에는 사람이 없었다. 주차장에도 우리가 타고 온 차가 전부였고, 우리가 떠날 때까지 다른 차는 도착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스카이다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스카이다리는 두 개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짧고 다른 하나는 길다. 이 다리가 스카이섬와 육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이다. 그래서 이 다리를 지나는 차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드나드는 차는 많아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씨 탓에 다리를 빠르게 보고 후다닥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분 후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소망했던 곳, 스카이섬으로 들어섰다. 스카이섬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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