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트락폭포/릴트폭포
퀴라잉에서 구불한 산길을 내려온 우리는 스카이섬 북쪽 반도의 오른쪽 해안가에 다다랐다. 바닷가 옆길을 따라 내려가던 우리는 어느 한 장소에 멈춰섰다. 지도에 폭포라고 되어 있어서 일단 우리의 관심을 끌었고, 무엇보다 길 옆에 주차장이 정말 크게 조성되어 있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가 멈춰선 곳은 킬트락폭포(Kilt Rock Waterfall)라는 곳이다.
"여기 바다 바로 옆에 폭포가 있네? 잠깐 보고 가자."
"그래. 구글에서 살짝 봤는데, 여기도 풍경이 장관이야!"
우리가 커다란 주차장을 보고 들어간 곳은 킬트락폭포라는 곳이다. 이곳은 커다란 주차장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미 꽤 유명한 곳으로, 우리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된 장소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증명하듯이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들과 그 주변으로 폭포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 폭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폭포까지 가기 전에 우리는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걸음을 잠시 멈췄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지고 그 가운데 하얀 구름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실 이런 바다 풍경은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날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스카이섬의 풍경에 매료되어서인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바다를 잠시 보고 폭포가 떨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길게 이어지는 해안 절벽이 있었고, 그중 한 장소에서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다른 곳에는 물줄기가 전혀 없는데, 이곳 한 장소에서만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는 정방폭포처럼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폭포인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폭포를 정면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폭포가 절벽에서 떨어지는데 우리도 같은 선상에 있는 절벽 위에 있기 때문에 머리를 바다 쪽으로 길게 빼고 폭포를 봐야했다. 바다 색깔도 정말 청명하고, 폭포 높이도 꽤 높아서 정면에서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면 훨씬 더 멋지고 웅장한 폭포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곳에서 나를 매료시킨 것은 폭포가 아니었다. 바로 양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해안절벽의 웅장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폭포를 구경하러 왔는데, 폭포보다는 절벽을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콘월을 연상하게 했다. 콘월도 해안선을 따라 이러한 해안 절벽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아래에는 청명한 바닷물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의 풍경도 그에 못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깍아지른 듯한 절벽은 장엄함이 느껴졌고, 그 아래 반짝이는 바닷물은 상쾌한 기분을 선사했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한없이 멍 때리며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음... 여기는 미처 몰랐던 곳인데 사람들 덕분에 보게 되네."
폭포와 절벽을 감상한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차를 세웠다. 주차된 차로 꽉 차 있는 주차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멈춰 선 것일까. 짝꿍은 곧장 지도를 열었고, 이내 이곳이 릴트 폭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폭포는 사실 우리가 들렀다 갈 생각이 없던 곳이었다. 지도상에서 폭포라는 명칭을 보기는 했지만,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고 앞으로 들르고 싶은 곳이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뒤따랐다. 언제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만 따라가도 절반 이상은 성공하는 법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그 법칙을 따르기로 했다.
릴트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가야 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위로 가는 길과 아래로 가는 길로 나뉘는데, 우리는 처음에 위쪽으로 향했다.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그저 감을 믿고 따라갔던 것인데, 그곳에는 폭포가 아니라 또다른 주차장이 나타났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에 길을 잘못 왔다는 사실도 잊은채 풍경을 감상했다. 잠시 풍경을 감상하던 우리는 폭포를 보기 위해 다시 아래로 향하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길을 잘못 들었음에도 폭포까지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다. 불과 5분 정도만 걸으면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게 되니까, 주차장에서 곧장 전망대로 향했으면 3~4분이면 도착했을 것이다.
전망대에 서면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가 보인다. 물이 떨어지는 높이는 앞서 봤던 킬트락폭포에 비해 낮았지만, 릴트폭포는 2개의 폭포가 연달아서 떨어지는 이중 폭포이다. 떨어지는 유량도 꽤 많아서 전망대에서 서서 폭포를 가만히 감상하면 상쾌한 물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사실 폭포 자체로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폭포의 높이, 떨어지는 유량 등 여러 면에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폭포를 여러 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랜드를 여행하면서 폭포를 본 적이 별로 없어서 폭포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우리를 매료시킨 것은 주변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는 폭포의 모습이다.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보면 정말 인상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풍경을 감상하면서 폭포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오감이 기분 좋은 자극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퀴라잉에서 내려오는 길에 두 개의 폭포를 감상했다. 킬트락폭포와 릴트폭포는 주변의 풍경과 함께 아름답고 근사한 모습을 선사했다. 두 폭포가 거리도 가까워서 한꺼번에 둘러보기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폭포만 놓고 보면 킬트락폭포가 더 인상적이었지만, 주변의 풍경은 릴트폭포가 훨씬 더 웅장했다. 폭포를 모두 보고 차로 돌아오니까 이날 하루도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있었다. 스카이섬에서 정말 많은 관광객이 찾아가는 곳으로, 이날의 마지막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이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