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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n 28. 2024

[스코틀랜드] 웅장한 바위 병풍

올드맨오브스토르(Old Man of Storr)

폭포를 보고 남쪽으로 내려가던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한 장소에 차를 세웠다. 이곳은 미리 알아보고 온 장소로 스카이섬을 찾는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장소이다. 우리가 이날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한 곳은 웅장한 바위와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올드맨오브스토르(Old Man of Storr)이다. 



"와... 풍경 정말 좋네! 저기를 올라가야 하는건가 봐."

"꽤 높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올라가보자." 


차에서 내린 우리는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했다. 바다 쪽으로는 잔잔하고 평온한 풍경이었지만, 그 반대편으로는 높에 솟은 바위산이 우리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이 바위산이 바로 오늘 우리가 찾아온 장소인 올드맨오브스토르이다. 그 풍경을 보고 있는데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고 있는 사람이 꽤 많았다. 오후 느즈막한 시간이라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오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우리는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올라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때 옆에 지나가던 사람이 올라가서 보는 풍경이 정말 압권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올라가는 데 20~3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왕복 1시간 정도면 갔다와도 어두워질 정도로 늦을 것 같지는 않아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은 초반에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어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면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바다의 절경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힘을 불어 넣어줬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면 더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열심히 오르막을 올랐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경사는 조금씩 급해지면서 우리의 숨은 가빠졌고, 어느새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뒤를 돌아 풍경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다. 묵묵히 길을 따라 오르는 데 집중했고, 조금 숨이 가빠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르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우리는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곳을 발견했고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은 그 생각이 틀렸다는 의미를 내포하니까... 그렇다. 우리의 생각은 틀렸다. 



"에이, 아까 만났던 사람 거짓말했네."

"맞아. 20~30분이라고 말한 건 진짜 너무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던 곳은 일종의 넓은 공터로 트레킹을 하던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장소였다. 그와 동시에 산 위에 펼쳐져 있는 바위 병풍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아까 우리에게 20~30분 걸린다고 알려준 사람을 살짝 원망했다. 지금까지 20분 정도 올라왔는데, 알고 보니까 이곳이 절반 정도 온 곳이었던 것이다. 이 말은 즉슨, 올라온 만큼 더 올라가야 한다는 의미였고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체력적으로 약간 지쳐있기도 했지만, 올라갔다가 날이 어두워지는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하던 우리는 더이상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서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도 1시간 남짓 걸리는데, 계속 올라갔다가 시간이 더 늦어지면 숙소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서야 우리는 주변 풍경을 조금 더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더 올라가기로 했으면 풍경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조급하게 오르기만 했을텐데, 조금은 아쉽더라도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면서 주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많이 올라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돌아보니 우리가 꽤 높은 곳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올라온 만큼, 풍경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맑은 날씨 덕분에 바다 건너편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고, 우리의 머리 위에는 파란 하늘 아래 피어난 뭉게구름이 예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오르려고 했던 올드맨오브스토르의 바위산이 훨씬 더 가깝게 보였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바위산은 훨씬 더 웅장했고 위엄이 넘쳤다. 그 모습을 보는데 이 바위 속으로 들어가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새삼 아쉽게 느껴졌다. 



더 올라가는 것을 포기한 만큼, 우리는 그곳에서 풍경을 더 진득하게 감상했다. 그 공간에 머물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우리도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올라간 길을 그대로 내려오는데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하이랜드의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방금 전까지 날씨가 맑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비만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빠르게 내려왔다. 흐려진 날씨 때문에 어두워지는 시간도 조금 더 빨라질 것이기에 우리는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이곳이 오늘 여정의 마지막 장소이긴 했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를 들렀다 갈 예정이었기에 조금 서두른 것이다.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고, 스카이섬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 우리가 갔던 올드맨오브스토르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풍광이 장엄한 곳이다. 하지만 바위산까지 오르는 길이 결코 짧지 않기에 이곳을 찾게 된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등산을 할 체력적 여유는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그러면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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