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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Sep 27. 2021

반짝이는 서울 밤하늘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야경

앞선 글에서 몇 번 언급한 대로 나와 짝꿍은 야경을 좋아한다.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낮과 밤 중에서 한 시간대만 갈 수 있다면, 야경을 화려하게 빛내주는 불빛이 있는 곳에서는 주로 밤시간대를 선택하는 편이다. 물론 그런 불빛이 드문 산골이나 시골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낮시간대를 선호한다. 특히 짝꿍은 올말졸망 다양한 색으로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 짝꿍과 함께 서울의 야경을 보러 남한산성에 다녀왔다. 



"이렇게 꼭 밤에 산을 올라가야 해? 야경이 얼마나 예쁘길래?"

"가보면 알아. 조금만 올라가 보자."

"별로면 내려오는 내내 불평할거야(찡긋)" 


우리가 남한산성에 도착한 것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산성에 오르기 전에 입구에 있는 여럿 식당 중 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산성으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고 우리는 야밤의 산행을 하게 되었다. 남한산성에서 서울 야경을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서문 근처인데, 그곳으로 오르는 길이 조금은 어두웠고, 일요일 저녁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짝꿍은 이렇게까지 올라갈 만큼 야경이 아름다운지 계속해서 의문을 품었고, 이내 별로면 가만 안 둘거라는 귀여운 협박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그런 짝꿍에게 '올라가면 절대 후회 안 할거야'라는 말로 위안을 주면서 서문까지 올라갔다. 

서울 야경을 보기 위해 남한산성을 간다면 '계곡산장'을 검색하고 그 앞에 주차를 하면 된다. 정식으로 마련된 주차장은 아니고, 넓은 공터에 주차를 하는 건데, 주말에는 워낙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라 주차가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산성 주차장에 대고 걸어오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렇게 주차를 하고 국청사 방향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계곡산장부터는 약 5~10분 정도, 산성 공영주차장부터는 약 20분 정도 걸으면 국청사가 나오고 그 뒤로 약 10분 정도를 더 올라가면 서문이 나온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진 않은데 국청사를 지난 후에는 조금 어두운 길을 지나가야 한다. 



짧은 산행 후에 우리는 서문에 도착했다. 서문이 있는 그 위치에서는 야경이 잘 보이지 않은데, 서문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면 사람들이 모여있고, 말소리가 들려오는 곳이 있다. 그곳이 야경을 보는 장소이다. 이렇게 찾기 힘들다면, 서문 오른쪽으로 성벽을 따라 오르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 1분 정도만 올라가면 그 장소가 나온다.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남한산성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내 기준으로는 가장 화려한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남산, 부암동, 롯데타워 등 서울 야경이 아름다운 장소는 정말 많은데, 그 중에서도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모습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잠실과 하남 방면으로 시야가 탁 트이고, 바로 앞에는 롯데타워가 우뚝 솟아있으며 멀리 남산과 한강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길에서 바라보면 갑갑하게 느껴지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조차도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아름답게 보였다. 


짝꿍도 이곳이 서울의 화려한 야경을 보기 위한 최고의 스팟이라는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리고 올라오는 길에 끊임없이 품었던 의문인 '야간 산행을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충분히 된 듯했다.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화려하게 반짝이는 서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는지, 사진과 영상을 쉴새없이 촬영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장소에서 30분 넘게 머물러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도착했다가 다 보고 떠날 때에도 우리는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나도, 짝꿍도 선뜻 나서서 집에 가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아름다운 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봤던 야경 중에 단연 최고야. 이런 대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야간 산행 정도의 노력은 충분히 할 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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