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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ul 19. 2021

역사와 지금이 어우러지는 수원

수원 화성

얼마 전, 일이 있어서 짝꿍과 함께 안양에 간 적이 있었다. 안양에서의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근처를 가볼 시간이 생겼고, 짝꿍은 당연한 것처럼 수원을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수원의 심장, 수원 시민들이 나들이 장소로 애정하는 공간인 수원 화성으로 우리는 차를 몰았다. 



새로운 챕터의 시작


짝꿍에게 한국의 첫인상을 심어준 곳이 수원이다. 첫번째 직장이 수원이라서 1년 정도 수원에 살았었는데, 이곳에서 한국의 생활과 문화에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에서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된 곳, 그래서 수원은 짝꿍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영국 콘월 지방에서 태어난 짝꿍이, 도미니카 공화국의 산토 도밍고에서 자랐고 한국 수원에 자리를 잡았다. 짝꿍은 수원이 자신의 세번째 고향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서울로 직장을 옮기고 수원을 떠난 지 얼추 2년이 되었지만, 짝꿍은 여전히 수원을 그리워하고 수원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안양에서 어디를 가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수원이라는 짝꿍의 대답은 당연했고, 예상하고 있던 대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원을 향해 이미 운전하고 있었고, 차 안에서 우리는 수원 화성이라는 목적지를 구체화했다. 나와 짝꿍이 1년 동안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 수원에서 나들이를 가고 싶거나 특별한 목적지 없이 외출을 하고 싶던 날 우리가 즐겨 찾았던 곳이 수원 화성이다. 그래서 그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어서 화성으로 향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함께 있는 곳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수원 화성에 도착했다. 화성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간 곳은 작은 연못인 용연과 용연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방화수류정이다. 용연과 방화수류정은 화성에서도 아름다운 곳으로 많이 알려진 곳으로, 높은 성곽과 작은 연못이 하나의 그림이 되는 곳이다. 아름다운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법, 이곳 용연 주변으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커플끼리, 또는 가족끼리 와서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화성은 언제든지 시민들을 품어주고 그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커플끼리, 또는 가족끼리 기분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자리를 지켜주고, 때로는 이별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화성은 시민들의 희노애락을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오랫동안 지켜봤을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과거의 이야기를 잘 간직하고 담아내고 있는 곳이 화성인데, 이곳에서는 그런 예전의 이야기들과 지금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서 잘 어우러지고 있다. 그렇게 화성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점점 쌓여간다. 그리고 먼 훗날, 지금의 우리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옛날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고 화성은 그 때에도 새로운 이야기에 귀기울여줄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용연을 지나 방화수류정으로 올라갔고, 그곳을 지나 성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수원에 딱 1년 살았을 뿐인데, 화성은 정말 많이 지나다녔다. 각 계절별로 다 와보고, 비올 때도, 더울 때도 왔던 곳이 화성이었다. 그만큼 화성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는데, 볼 때마다 옷을 바꿔입는 화성의 모습이 새롭고 반가웠다. 그리고 이곳에 오면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모습을 기분좋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추억 이야기와 함께 걷다 보니까 창룡문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국궁 체험을 하는 사람들, 연을 날리는 사람들, 카페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연이 있었다면 그들과 함께 연날리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연이 없었다. 짝꿍은 그런 연날리기가 신기했나 보다. 아마 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 중에 하나일텐데, 한국의 전통 놀이 중 하나라고 얘기해 주니까 본인도 해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연을 함께 날려보기로 했다. 



창룡문에서 우리는 방화수류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예전에 우리가 좋아하던 공간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던 산책이었다. 그렇게 화성에는 또 하나의 우리 이야기가 남겨졌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리의 이야기가 화성에 담겨질지는 알 수 없지만, 후에 화성에 남겨진 우리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려면 꽤 많은 페이지가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고, 수원을 많이 찾아올 것이다. 수원을 짝꿍의 세번째 고향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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