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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18. 2021

미래도시의 밤모습, 인천 송도 야경

유난히 차가웠던 밤

"우리 미래도시 가볼까?"


인천 송도는 인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면 바로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위치적으로 매우 뛰어난 곳이다. 그래서 인천 송도에는 각종 기업들이 들어서있고, 그에 따라 독특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들이 많다. 그래서 송도는 언뜻 보면 미래의 도시 모습을 현실에 재현해 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짝꿍은 송도라는 이름보다 미래도시(futuristic city)라고 많이 부른다. 



나와 짝꿍은 송도 야경을 보기 위해 송도에서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큰 공원 안에는 크진 않지만 고풍스런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고, 공원 주변으로는 각종 건물들이 빛을 내면서 매력을 뽐내고 있다. 건물 각각의 특징이 다르고, 꽤 독특한 형태로 지어진 건물들도 여럿 있어서 그런 건물들을 보는 것도 꽤 재밌었다. 그런 건물들이 빛을 내면서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합쳐지면 정말 아름답고 화려한 야경이 된다. 

센트럴파크를 따라 걷다가 다소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공원 끝자락, 인천도시역사관 옆에 있는 트라이보울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거대한 조형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홈페이지에 예술 공간이라고 설명되어 있었고, 각종 전시나 공연을 하는 장소였다. 언뜻 보면 우주선이나 영화 속에서 보는 비행접시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매우 독특했다. 


비행접시처럼 생긴 송도 트라이보울


몸도 마음도 유난히 차가웠던 송도의 밤


우리는 센트럴파트를 하염없이 걸었다. 꽤 늦은 시간이었고, 날씨도 정말 추워서 공원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겨울의 공원은 삭막하고 처량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런 느낌이 짙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공원 주변을 감싸고 있는 건물들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내 옆에 있던 짝꿍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나보다. 센트럴파크를 꽤 여러 번 왔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야경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화려했는데...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 중에 문득 요즘에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내 감정이 삭막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따뜻함을 느끼고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알아가곤 하는데, 최근에는 그럴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문득 옆을 봤는데,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짝꿍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음 속의 삭막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저 행운이고, 행복이었다. 



빌딩 숲 사이 작은 섬, 송도 한옥마을


공원을 걷다가 한옥마을로 들어섰다. 송도 센트럴파크 한쪽 편에 만들어진 한옥마을로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대부분 식당이나 카페로 운영되는 곳으로, 안으로 들어서면 'ㅁ'자 형태의 한옥 건물로 둘러싸인 작은 마당이 나온다. 그 곳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한옥이다. 아주 잠깐 사이에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송도 한옥마을은 일종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매우 현대적이고 하늘로 높게 뻗은 빌딩 숲 사이에서 낮지만 당당하게 자리잡은 한옥의 모습을 보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은 반가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한옥 건물들 사이에 가만히 서 있으면 건물들이 나를 포옥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이 정말 따뜻하고, 아늑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느꼈던 마음 속의 삭막함이 다소 씻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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