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신륵사를 감싸는 남한강
지난 가을, 짝꿍과 함께 단풍을 구경하러 여주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강천섬에 가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는 것이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까 아래 사진처럼 이미 단풍이 다 떨어진 이후라서 나무가 아니라 땅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실망한 채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여주까지 왔는데 신륵사는 들렀다 가자는 마음으로 신륵사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풍경이 좋아서 짝꿍에게 소개시켜 줄 겸 같이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신륵사 주차장에서 우리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들을 보게 되었고, 우리는 강천섬에서 실패했던 단풍놀이를 이 곳에서 하게 되었다.
신륵사 주차장 옆으로 그렇게 크지 않은 공원이 있는데, 그 곳에 단풍나무들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원래 계획했던 노란 은행나무가 아니었지만, 짝꿍은 빨간 단풍나무가 더 좋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잘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신륵사에 도착했을 때, 해가 조금씩 넘어가고 있는 즈음이라 단풍나무의 붉은 색이 더 진해졌고, 더 강렬했다. 대낮에 보는 단풍나무도 예쁘지만, 석양과 함께하는 단풍나무는 아름다움을 넘어 화려하기까지 했다. 신륵사에서 본 단풍나무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단풍나무를 보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꿩 대신 닭이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신륵사로 왔는데, 오히려 꿩보다 더 좋은 닭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강천섬에서 노란 은행나무 단풍을 못 봐서 아쉬웠던 마음을 신륵사에서 보상받고도 남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충분히 아름다웠고, 만족스러웠던 단풍나무였다. 물론 수많은 단풍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원에 있는 몇 그루의 단풍나무긴 했지만,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의 모습은 나무의 숫자와 관계없이 충분히 강렬했다.
신륵사 앞에서 단풍을 실컷 구경한 후, 신륵사 안으로 들어갔다. 약 10분 정도를 걸어들어가면 신륵사 본당이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면 남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있다. 아찔한 절벽 위에 지어진 정자에 올라서면 남한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 장소를 좋아해서 예전에는 일부러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남한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에서 노는 오리 무리도 그 곳에 여전히 있었다. 이렇듯 자연은 인위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가 넘어가는 즈음에 신륵사에 도착해서 그런지 절 안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신륵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남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정자를 꼭 찾기 때문에, 정자 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는 편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운이 좋게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 곳에서 항상 변함없는 남한강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다음에 올 때도 이 모습 그대로 보여주기를 마음 속으로 부탁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