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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02. 2021

가을이 아름다운 절, 여주 신륵사

변함없이 신륵사를 감싸는 남한강


지난 가을, 짝꿍과 함께 단풍을 구경하러 여주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강천섬에 가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는 것이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까 아래 사진처럼 이미 단풍이 다 떨어진 이후라서 나무가 아니라 땅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꿩 대신 닭, 그런데 닭이 더 좋은걸?


실망한 채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여주까지 왔는데 신륵사는 들렀다 가자는 마음으로 신륵사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신륵사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풍경이 좋아서 짝꿍에게 소개시켜 줄 겸 같이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신륵사 주차장에서 우리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들을 보게 되었고, 우리는 강천섬에서 실패했던 단풍놀이를 이 곳에서 하게 되었다.


신륵사 주차장 옆으로 그렇게 크지 않은 공원이 있는데, 그 곳에 단풍나무들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원래 계획했던 노란 은행나무가 아니었지만, 짝꿍은 빨간 단풍나무가 더 좋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잘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신륵사에 도착했을 때, 해가 조금씩 넘어가고 있는 즈음이라 단풍나무의 붉은 색이 더 진해졌고, 더 강렬했다. 대낮에 보는 단풍나무도 예쁘지만, 석양과 함께하는 단풍나무는 아름다움을 넘어 화려하기까지 했다. 신륵사에서 본 단풍나무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단풍나무를 보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꿩 대신 닭이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신륵사로 왔는데, 오히려 꿩보다 더 좋은 닭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강천섬에서 노란 은행나무 단풍을 못 봐서 아쉬웠던 마음을 신륵사에서 보상받고도 남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충분히 아름다웠고, 만족스러웠던 단풍나무였다. 물론 수많은 단풍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원에 있는 몇 그루의 단풍나무긴 했지만,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의 모습은 나무의 숫자와 관계없이 충분히 강렬했다.



남한강은 변함없이 신륵사를 감싸고 있었다. 


신륵사 앞에서 단풍을 실컷 구경한 후, 신륵사 안으로 들어갔다. 약 10분 정도를 걸어들어가면 신륵사 본당이 나오고, 조금 더 들어가면 남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있다. 아찔한 절벽 위에 지어진 정자에 올라서면 남한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 장소를 좋아해서 예전에는 일부러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남한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에서 노는 오리 무리도 그 곳에 여전히 있었다. 이렇듯 자연은 인위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가 넘어가는 즈음에 신륵사에 도착해서 그런지 절 안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신륵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남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정자를 꼭 찾기 때문에, 정자 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는 편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운이 좋게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 곳에서 항상 변함없는 남한강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다음에 올 때도 이 모습 그대로 보여주기를 마음 속으로 부탁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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