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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Feb 05. 2021

용유도에서 해넘이를 맞이하다.

용유도 해변과 을왕리 해수욕장

인천 영종도는 공항 때문에 꽤 많이 찾게 되는 곳이다. 예전부터 영종도를 꽤 많이 다녔었는데, 공항 이외에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영종도는 우리나라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해넘이를 보러 가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싶을 때면 영종도로 달려가곤 했다. 


작년에도 역시 영종도로 일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전에는 혼자였다면, 작년에는 짝꿍과 함께 산 뒤로 또는 수평선 뒤로 내려가는 해를 보고 왔었다. 내가 갔었던 장소는 용유도 해변과 을왕리 해수욕장이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용유도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모습이 특히 아름다웠다. 


해가 넘어가고 있는 용유도 해변


우연이 운명이 될 때가 있다. 


용유도 해변은 작년 여름이 지나갈 즈음에 다녀왔다. 짝꿍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일몰이 보고 싶어져서 영종도로 달려간 날이었다. 짝꿍에게는 어디에 간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몰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짝꿍을 놀래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은 을왕리 해수욕장이었다. 하지만 을왕리에 도착했을 때 그 곳은 이미 수 많은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영종도 서쪽 해안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목적지는 영종도 마시안 해수욕장이었고, 우리는 꽉 막힌 해안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마시안 해변으로 가는 길에 유연히 카페 겸 작은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간단하게 요기도 할 겸, 화장실도 갈 겸 잠시 차를 세웠다. 간단하게 먹을 걸 사서 조금 주위를 거닐었는데, 우리는 그 곳에 머무르게 됐다. 우리가 멈췄던 곳이 바로 용유도 해변이었고, 우리는 더 내려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멈췄던 곳에서 잊지 못할 일몰을 보게 되었다. 수 많은 사람들로 정신없는 을왕리와 다르게 용유도 해변은 정말 한적했고 고즈넉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해넘이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조금의 사람들이 웃고 재잘대는 소리와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한데 섞여 귓가를 기분좋게 간지럽히고,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갯벌은 눈을 황홀하게 해줬다. 그 어느 순간보다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가 넘어간 뒤의 용유도 해변


다시 찾은 조용한 을왕리


그리고 작년 겨울, 해넘이를 보기 위해 다시 공항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인천대교를 건넜고, 공항을 지나쳤다. 을왕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많으면 어디로 가지'라는 플랜B를 머리 속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을왕리는 우리를 보듬을 수 있는 자리를 남겨두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을왕리 해수욕장 모래 위로 걸어 올라갔다. 지난 번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이 나와 짝꿍은 신나게 모래 위를 돌아다녔다. 


겨울과 평일이 더해진 을왕리는 많이 조용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넘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우리가 좋아하는 바다 구경도 원없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바람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있어서 추운 겨울의 바다바람을 견딜 수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했던 을왕리 해수욕장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을왕리의 명성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몰 시간이 다가오면서 모래 위에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도 어느덧 꽉 막혀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번의 기억을 떠올렸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이 곳을 빠져나가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을 하고 우리는 조금 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조금씩 우리를 떠나가는 2020년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새롭게 다가오는 2021년을 기약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오긴 했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지나간 2020년에 미련을 남기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행복했던 2020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 둘 다 지나간 자리에 미련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2021년에 대한 설렘이 그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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