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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Oct 30. 2021

나를 찾아가는 길 : 십우도

feat: 상담이 무엇? 소를 찾는 여행 중.


    누군가 상담이 무엇인데?라고 물으면 나 역시 '음 그러니까.'라며 머뭇거릴 것 같다. 철학을 통한 글쓰기 시간에 소를 찾는 여정을 담은 그림 '십우도(十牛圖)'를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답변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심리상담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십우도는 소를 찾아가는 열 장의 그림이다. 소년이 어느 날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따라가서 소를 얻고 길들여 함께 돌아오니 소는 없고 소년만 남아 있다. ‘소’는 본래 내 안에 있지만 의식하지 못했던 ‘진정한 나’이다. 불교적 관점으로 소는 불성을 뜻하며 내 안의 불성을 찾는다는 뜻이지만 종교를 떠나 넓은 의미로 누구나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십우도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써 본다.    


1. 소를 찾아 나서다. 2.소의 발자취를 발견하다

  첫 번째 그림은 동자승이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선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서려는 마음은 무엇일까? 첫 단계이지만 잃어버린 소의 존재를 알아차림은 가만히 있다고 이루어지는  아니다. 일상을 돌아보고 알아차려야 한다. 그 모습은 불안, 우울, 성공 뒤 오는 허한 마음, 지나친 소비 혹은 지나친 만족감, 게으름, 타인과의 갈등, 그저 온전히 나를 알고 싶은 마음 등 모두에게 다르게 나타난다.

   두 번째는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따라간다. 불편함이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커지면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고, 음악을 듣거나 춤을 추고 누군가는 그저 버티고 누구는 상담을 받으러 간다.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소의 발자국을 따르는 일은 ‘부지런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차분히 앉아 ‘나’를 생각하는 일은 사치와 같은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불편함 알아차린다고 해도 익숙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그래서 이 여정에 발걸음을 뗀 사람의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야 한다. 상담실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실천의 발걸음을 옮긴 훌륭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 용기는 나를 찾는 여행에서 큰 원동력이 된다.    


3. 소를 찾다.        4. 소를 얻다.

   세 번째와 번째 그림은 멀리 있는 소를 발견한고 소를 잡아 고삐를 매어 둔다. 불편함의 근원을 알기 위해 나를 세심하고 면밀하게 관찰한다. 상담자는 소는 찾는 사람(내담자)과 이 과정을 함께 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상담자는 주고받는 이야기 안에서 소를 찾는 자(내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불편함은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듣고 관찰한다. 이 과정은 퍼즐 맞추기와 같다. 이야기를 통해 주어진 조각을 맞추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좋은 질문을 통하여 함께 채운다. 무엇보다 상담실 안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주고받는 이야기''서로에게 느껴지는 생생한 정서'나를 찾는 일에 많은 힌트를 준다.

 

5. 소를 길들이다.  6. 소를  타고 집에 돌아오다.

  다섯째 그림은 소에 코뚜레를 걸어 길들여 끌고 가는데 소는 점점 희어진다. 얻은 본성을 고행과 수행으로 길들여 삼독의 때를 지우는 것이다. 이 고행과 수행 과정을 상담자와 협력하며 함께 걸어간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는 삶은 고해(苦海)이며 나를 바꾸는 일은 끝없는 훈련이라고 했다. 변화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원래 어렵고 끝없는 훈련이다. 이 단계에서 상담은 불편한 다리의 목발 같은 역할을 하며 나와 함께 걸어간다.

  여섯째 그림은 동자승이 흰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온다. 훈련을 통해 불편함은 줄고 일상에서 크고 작은 즐거운 변화를 발견하면 적당한 때에 상담을 종결하고 홀로 선다.

7. 소에 대한 모든 것은 잊은 채 앉아있다.  8. 소와 사람 모두 공(空)이라는  깨달음을 원상으로 나타내다.
9.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산수풍경으로 나타내다.         10. 중생 제도를 위하여 석장을 짚고 저잣거리로 나서다.

일곱 번째 그림은 소는 없고 동자승만 앉아 있으며 여덟 번째는 소도 동자승도 없이 텅 빈 고요만 아홉 번째 그림은 사람은 없고 산수풍경만 있는 근원으로 돌아옴을 말한다. 상담 속에서 변화의 즐거움과 자신감을 느꼈더라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화를 내던 그 사람도 그대로, 고된 일상도 그대로이다. 의문이 찾아오고 두렵고 란스럽다. 진정한 나를 찾고 변한 것 같지만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고. 세상은 변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대로 인 것 같다.      


  마지막 그림은 지팡이에 도포를 두른 행각승이 속세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입전 수수]라는 말로 알려져 있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만난 문장 중 ‘사랑’은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 걱정만 하기보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건설적인 행동으로써 나올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사랑의 위대한 힘만이 변화를 위한 힘든 훈련을 지속하게 한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올 때 변화가 일어나며 그것이 모여 삶이 변한다. 관계 안에서 진정으로 내가 변한 모습은 확인할 수 있고 빛을  수 있다.     


  십우도 열 장의 그림은 상담실이라고 적힌 작은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우리 삶 모든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누구나 크고 작게 10개의 그림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소를 찾는 여행에 발걸음을 뗀 당신 또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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