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보여주는 것이라는 두 말은 모두 ‘보인다’라는 것의 기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타인이 보았을 때 생각나거나 느끼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각각의 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보이는 것’은 ‘굳이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말투, 행동, 언어 습관만 봐도 대략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느껴진다. 물론 소개를 받았을 때나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언행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숨긴다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기자가 아닌 이상 그리 오래가지 않아 보인다.
‘보여주는 것’은 ‘본인이 어떤 사람임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어필(Appeal)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본인이 착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친절한 말과 행동을 할 것이다. 내가 강한 사람이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말투를 거칠고 세게 말하거나 행동한다.
우리 집은 잘 산다 혹은 나는 돈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명품을 사거나, 어떤 집에 살고 차를 타는지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게 ‘부자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명품을 산다’라는 말은 적절하지 못하다. 진짜 부자라면 보여주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 부자는 그런 걸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해 산다기보다 좋으니깐, 돈이 있으니 사는 것이고 이는 곧 ‘보이는 것’이 된다.
모든 부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실제로 친구가 아는 참(?) 부자. 소위 말하는 해운대의 높은 고층 아파트에 살고, 땅이 있고, 어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의 경우 평소 다니는 모습이나 차량이 일반 아저씨와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나 보다.
결국 본인의 상황이 명품을 하기엔 사치고 빚을 내서 사는 경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가능성이 크다’라고 한 경우는 예외가 있어서이다.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말 자신이 갖고 좋아하고 싶어 하는 것을 산다는 것은 ‘보여주는 것’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자기만족’과 연결되고 온전히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이는 것과 보여주는 것, 미묘한 단어 차이가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글에서 기억과 추억을 나눴을 때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