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에 올라가 조카랑 놀아줄 때였다. 여섯 살이었던 조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노는 걸 좋아했다. 제일 귀여웠던 때는 아침에 자고 있는데 내 주위를 돌아다니고 중간중간 혹시 깨지 않았는지 얼굴을 바로 앞에 두고 관찰하던 때다. 전혀 직접적으로 일어나라고 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일어나면 조카가 좋아하는 장난감들과 함께 놀아주곤 했다.
하루는 가위바위보를 하게 되었는데, 보통 가위바위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일의 순서를 정하거나 벌칙 등 순위를 매기기 위해 하는 방법으로 알고 있다. 즉, 가위바위보 자체를 놀이라고 보긴 어렵고 다른 무언갈 하기 위한 순서 정하는 단계라고나 할까.
조카와 가위바위보 하면서 한 번은 똑같은 걸 냈다. 그러자 "어, 같이 이겼다"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같은 걸 냈는데 같이 이겼다니.. 정말 살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보통 비겼을 경우, 다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태, 그 누구도 이기지 않은 상태,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상태로 흔히 생각할 것이다.
순수함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하고 한동안 멍했다.
누군가가 조카에게 동일한 것을 내는 경우는 함께 이기는 것이라고 얘기해줬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출처는 아직까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스스로 생각해낸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누군가가 알려줘서 조카가 얘기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여 얘기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1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조차 무뎌졌다. 물론 경쟁한다는 것은 본인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정당한 방법이 아닌 부정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속인다는 것,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