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카페에 대한 동경과 현실
직장인으로서 일의 힘듦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커피를 좋아해서였을까. 입사 초기에 막연하게 훗날 카페를 차리고 싶었다. 지금도 한구석에는 카페를 차리고 싶은 마음이 살포시 자리 잡고 있긴 하다. 노후에 퇴직하고 치킨집 못지않게 카페를 차리는 경우도 많은데,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뜻이고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 '카페 사장님'이다.
어떤 카페를 운영할 것인가?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봤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내가 카페 운영은 물론이거니와 카페에서 관련 아르바이트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소위 '낭만'이라는 색안경으로 미래에 카페를 열면 이렇게 해야지 생각했다.
여러 카페 중에서도 '갤러리 카페'를 해보고 싶었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블랙 앤 화이트 느낌의 모던하면서도 차분하며 또 깔끔한 느낌을 낸다. 그리고 벽에는 나의 펜 드로잉 그림들을 전시해놓는 것이 큰 틀이다. 주로 '유럽' 풍경들을 많이 그려서 그러한 드로잉들을 놓고 한 켠에는 그림을 걸 수 있는 액자만 남겨놓은 채 비워둔다. 바로 이벤트를 할 거니깐.
여행을 하면서 잊지 못할 풍경이나 본인만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에 사연을 담아 응모를 한다. 약 2주간 각 사진들, 사연들을 받고 고심 끝에 한 사진을 선택한 뒤 액자에 그 사진을 걸어둔다. 이후 펜으로 그림 그리는 것은 나의 몫인데 A4 용지 크기보다는 약간 작은 크기의 종이에 풍경을 나만의 느낌으로 담아낸다. 그렇게 완성하고 나면 액자 속에 사진이 있던 것은 펜 드로잉 한 것으로 바꿔둔 채 약 한 달 동안 전시를 한다.
그분에게는 추억의 매개체가 생겨서 의미가 있고 나는 그 추억에 추억을 더해서 의미가 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여행의 순간을 그림으로 전시 한 뒤, 끝이 나면 그 그림을 액자에 포장해서 선물한다. 1년에 열두 분의 여행 사진을 그림으로 담게 되는데 뜻깊은 이벤트라 생각된다. '참여형 전시'라고나 할까. 한 쪽면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뀌고 나머지 공간은 그대로 나의 그림들을 걸어두는 것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내가 생각하는 카페를 하려면 현실적으로 공간이 커야 하고 가급적이면 2층 건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오래 있더라도 눈치를 안 보고 머물다가 갈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카페를 해보지 않았기에 이상적인 꿈같은 얘기들만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카페를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일단 우선 커피를 내리는 법부터 배워야겠지.
낭만적인 얘기와는 다르게 이제 '현실'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몇 년 전에 집 근처 동네의 한 카페에서 친구랑 얘기할 때였다. 커피를 주문할 때 나도 모르게 '나도 이런 카페 차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장님께서는 학원을 운영하시다가 그만두고 카페를 차렸다고 하셨는데, 만만치 않다고 혀를 내두르셨다.
카페를 운영하기에 보증금 몇 천만 원에 월세가 들어가는데 고정비용을 내기 위해서는 커피를 몇 잔 팔아야 할까 라고 하시며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경우면 이런 얘기조차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것이 곧 현실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다 보니 쉴 수가 없고 직장인이라면 주말에 쉬겠지만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주말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하셨다.
친구의 지인이 카페를 운영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자연스레 줄어들어 힘들다는 이야기, 카페 아르바이트 시 마감할 때 커피 내리는 기기를 일일이 닦아야 하는데 손님이 마지막에 주문해서 커피를 내리면 다시 또 닦아야 하는 스트레스, 무엇보다 손님을 대하는 일이라 진상 손님이 있을 때는 진짜 답이 없다는 이야기 등 카페를 하는 것에 있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듣다 보니 환상이 점차 깨져갔다.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까.
카페를 하고 싶다면 정말 왜 하고 싶은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카페를 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라는 것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에 있어 위험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내 생각처럼. 그렇다고 정확한 목표 의식과 하고자 하는 것들을 다 준비한다면 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세상은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만 준비하는 것이 이후 다가올,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을 최소화할 뿐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후회 없이 하는 것이 맞다.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지만.
먼 훗날 카페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