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용희 Mar 20. 2021

내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드로잉에 대한 솔직한 마음

 그림을 그린 지 어느덧 7년 차가 되었다.


 2015년 초부터 그리기 시작했으니 2021년도인 지금까지 오래 그린 편에 속한다. 물론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고 대학교 생활 반틈에 해당하는 마무리 2년을 보내며 취업 준비도 하였고 운 좋게 취직이 되어 지금까지도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7년이라는 긴 기간이지만 '드로잉'에 집중하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덜할 것이다. 그럼에도 '꾸준', '지속'에 의의를 두고 펜을 놓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지금 매거진에 있어서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나가는 데 있어서 한 번쯤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어왔던 질문들이었기에 지금 나의 생각을 담담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퇴사하는 건 어때?"

"정말 좋아하고 원한다는 게 그림이라면 일을 그만두고 하는 게 낫지 않아?"

"그림을 그리면서 수입은 있어?"


 대답을 우선 먼저 하자면,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고 있진 않아요" 정도쯤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행운이자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이라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살아야 하니깐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로 내가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솔직하게 얘기해서 자신이 없다. 약한 소리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했을 때 그렇다. 그림을 평생 좋아하며 살 자신은 있지만, 그림으로 충분한 돈을 벌면서 살 수 있는가는 명쾌하게 답하기 어렵다. 아니, 못한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다른 시각에서 돈 버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좋아하는 것을 함에 있어 돈의 구애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 번은 카페 사장님으로부터 드로잉으로 돈을 버는 경로에 대해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그림 그리는 분들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며, 사장님도 관련 강연을 듣고 와서 알려준 하나의 이야기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굿즈'는 주 수입원이 될 수 없고 강연료나 교육비가 돈을 버는 데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여행이나 드로잉을 주제로 한 강연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책'을 썼을 경우, 섭외되기 좋은 편이라고 하니 나로서는 갈길이 멀기도 멀다. 드로잉 교육은 드로잉 클래스 등을 여는 경우다. 내가 들은 이 얘기들이 모두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다른 것이 아닌 틀림. 어쨌거나 나와 거리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림 그리는 직업인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팔면 돈을 번다. 그림을 팔기 위해서는 누가 자신의 그림을 봐야 하고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전시나 다른 매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노출시켜야 한다. 한 예로, 1903년 프랑스에서 살롱 도톤느 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화가들이 출품했고 미술사에 있어 야수파, 입체파 등이 탄생하게 된다. 비평가나 언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들에게 보여줌으로 호평이나 혹평이 뒤따랐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전시를 위해 혹은 그림을 팔기 위한 마음으로 그리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본인의 작품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은 지향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매번 한다. 다양한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을뿐더러 다른 이들의 의견도 듣고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질문을 건네본다. "그림으로 직업을 삼을 생각은 없니?",  "..."


 나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차에 기름을 넣을 때에도 주유구에 주유기를 꼽아 놓고 기다리면 되지만 혹여나 압력에 문제가 생기거나 내부에 다른 사정이 생겨 튀어져 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을 생각해서 주유기를 결코 손에서 놓지 않는다. 가끔 차에 기름 넣을 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10명 중 8명은 주유기를 꼽아 놓고 다른 일을 한다. 폰을 보거나 잠시 고민에 잠긴다. 어쩜 그리 태평할 수 있을까.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어렸을 때 심부름 갈 때에도 돈을 여유롭게 가져가야 했다. 예를 들어, 슈퍼에 천 원하는 과자를 사러 간다고 했을 때, 돈을 맞춰서 가져가기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몇 천 원을 더 가져가는 사람이었다. 좋게 '유비무환'이라는 사자성어를 조심스레 꺼내어 포장해본다.


 그림 그리면서 돈을 버는 것은 분명 내 선망의 일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끼며 본인만의 특색을 갖고 그려나가는 것을 볼 때 신선한 자극을 매번 받는다. 그러면서 '자기 객관화'를 통해 나의 위치를 다시금 돌아본다. 나는 잘 못 그려서 그렇게 직업을 삼을 정도는 아니야 라고 자존감 혹은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개념이 아니다. 분명 바라는 일일 테지만 꾸준히 해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함을 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천천히 나아가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오해하지 않길.


 최근 들어 그림을 많이 그리지 못했다. 이제 다시 펜을 들어야지.

 여전히 그림 그리는 일은 즐겁다.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2020. 06)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을 보며 드로잉 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