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은 언제나 우리의 일상 속에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쫄깃쫄깃 장조림.. 우리는 변함없이 '장'을 즐기고 좋아하고 있었다.
‘장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 137호로 지정됐다. 물론 우리의 소중한 가치가 인정받는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지만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민족의 삶과 일상이 문화재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어쩌면 사라져 가는 소중함을 지키고 싶어 바짓가랑이를 잡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장 담그기를 통해 느꼈던 생각을 표현해 보려 한다.
간장과 된장이 같은 공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반인들에게 말하면 마치 신기한 사실을 알았다는 듯 놀라곤 한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된장찌개가 이 메주에서 나온다는 것은 꿈에도 모를 수 있다. 장을 담그는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메주에 형성된 곰팡이, 세균들이 콩 단백질을 분해하고 그것의 맛난 맛을 고염의 소금물에 용출시키는 작업이다. 즉 메주, 소금, 물 이 세 가지로 우리는 꽤 괜찮은 식재료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메주의 상태가 그 장에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게 해 준다. 메주의 표면은 처음의 콩 빛깔대로 노란 것은 덜 띄워진 것이며 약간 갈색 빛이 나는 것이 좋다. 또한 반을 갈랐을 때 흰색이나 노란빛을 띠는 곰팡이가 많은 것이 좋은 메주이다. 여담이기는 하나 위의 사진을 아는 한식과 교수님께 보여드렸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메주가 잘 발효되었네~~~”
장을 담그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항아리 소독인데 짚, 쑥, 나무 등을 태운 그 연기의 작은 입자로 소독하는 연기 소독과 끓는 물을 부어서 하루 동안 물을 채워 놓은 후 다음날 버리는 소독을 같이 진행했다. 굉장히 사소하고 별것 아닌 작업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생물을 이용하는 작업인 만큼 소독만큼 또 중요한 작업도 없다. 연기 소독, 증기소독, 직화 소독, 알코올 소독 등 다양한 소독이 있지만 장을 담그기 전에 항아리는 깨끗하게 하는 작업은 다 같다.
“장 담그기에 성공하면 그 집안 한해 음식은 성공인 셈이다..”
장을 사용하기 전날 장에 물을 채워 놓고 다음날까지 물이 새지 않으면 그 장독은 깨지지 않아 사용해도 좋다는 뜻이다. 더불어 소금도 하루 전에 물에 녹여 놓는다. 물과 메주 소금의 비율은 3:1:1 옛 어른들은 물론 부피로 계량했지만 무게를 이용해 더 정확하게 계량 작업에 들어간다. 메주의 무게를 재고 그에 맞춰 물을 3배 계량한다. 그리고 소금을 넣으며 염도를 맞춘다. 염도는 고농도 염도계를 이용해 18%를 맞춘다. 일반적으로 20%를 맞추지만, 18%의 결과물이 응용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장 담그기 전날 해야 할 것.”
소금과 장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좋은 소금이 좋은 장을 만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때 소금도 그냥 일반 소금이 아니라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사용하면 좋다. 여기서 간수는 마그네슘염이 많이 포함되어 쓴맛을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장을 망치지 않으려면 소금은 꼭 간수를 뺐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간수가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두부를 응고시키는 아주 좋은 응고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오늘은 드디어 메주를 소금물과 담그는 날, 익숙한 일은 아니기에 미숙하고 도움이 필요했던 작업이다. 해보면 그저 간단한 일인데 괜히 겁먹은 건 아닌가 싶다. 우리가 그렇다. 항상 별것 아닌데 도전이 필요하고 그 별것 아닌 것에 굳이 의미부여를 한다. 누군가 그랬다. 편안한 것을 벗어나면 배움은 따라온다고, 우리에게 오늘은 편하지 않았다.
메주를 갈라서 상태를 확인하고 그냥 넣으면 나중에 장을 가를 때 불편하다고 해서 가른 메주를 소독한 망에 넣었다.
"편안함을 벗어나면 배움은 따라온다. “
‘고염’은 장에 있어서 중요하다. 한식 발효음식의 치명적 단점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염도가 낮은 장일수록 부패 미생물의 번식력이 좋고 잡균 오염에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연구들이 한국 재래장의 염도를 낮추자는 주장은 계속되고 저온 발효의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을 주장하던 정답은 없다. 전통을 무기로 고집을 피워서도 안되며 과학을 사실로 전통을 깨는 일도 없어야 한다.
염도 18% 메주 2.3kg 소금물 약 10.5L
내가 교수님께 장에 대해서 여쭤 본 첫날 장 발효 장소에 대해 여쭤봤다. 정확한 온도, 습도를 기대하고 기억하려는 그 순간,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 환경을 장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장을 맞추는 거야.”
아차 싶었다. 장과 발효가 우리의 중요한 식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던 것도 우리가 환경을 조절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필요에 의해 발견되고 발전되었던 우리의 발효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
장독에 메주에 소금물을 채우면 이제 고추와 숯을 넣는다. 물론 처음에 주술적인 의미로 장에 고추를 넣었겠지만, ( 빨간색이 귀신이 싫어하는 색?) 지금 와서는 고추의 ‘캅사이신’ 이 장의 살균과 방부효과를 부여한다고 한다. 또 숯은 간장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이상 발효 냄새를 흡수하고 간장을 맑게 해주는 필터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그 외 대추, 깨 등 여러 가지를 넣기도 하는데 각 집마다 넣는 것이 다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장 을 담글 때 ‘손; 없는 날과 ‘말날’에만 장을 담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간절함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금물과 메주를 주원료로 마른 고추와 숯을 넣어 잡균의 번식을 방지한다. 대나무를 이용해 메주가 뜨는 것을 방지하거나 메주를 가끔 뒤집어주기도 한다. 메주가 소금물에 담가져있지 않으면 밖으로 돌출된 부분에 곰팡이가 끼여 장의 맛을 망칠 수도 있기에 주의한다. 약 45일의 시간이 지나고 장을 가른다. 조건에 따라 변화 하지만 일반적인 발효일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장독 안, 어둠 속 수많은 생명들이 서로 반응하고 움직이며 우리에게 맛이라는 결과를 내어준다.
발효는 삶이다.
식문화는 환경에 따라 형성되고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아니, 사실 변질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식문화는 지극히 사람을 중심으로 발전된다. 지금 음식이 ‘편리함’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 내가 ‘변질'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 이기도 하다. “더 빠르게, 더 편하게” 코 앞의 행복이 우리의 식탁을 지배하는 순간, 우리의 맛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