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생을 찍는 방법
늙은 선생님
나에게 처음 카메라와 영상 촬영에 대해 알려주신 분은 나이가 60도 훨씬 더 된 늙은 아저씨였다. 최신 유행, 트렌드, 기술을 가르쳐주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이론만 알아가야지”
영상을 배우는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궁금했던 나는 이것저것 기술을 빨리 배우고 싶었다. 조급했다. 좋은 영상을 찍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좋은 영상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중에 그가 좋은 영상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좋은 영상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시선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순간을 찍은 것이고, 좋은 구도는 사람들이 잘 보지 않은 방향으로 찍은 영상이다. 좋은 영상을 찍는 방법은 단순하다. 대중과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 그것만 가능하면 카메라는 찍기만 하면 된다.
눈에 띄는 영상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는 저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공감하기 어려웠다. 대중들이 좋아할 법 한 순간, 구도, 기술을 통해 찍은 영상이 당연히 좋은 영상이 아닌가? 결국 눈에 띄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대중과 다른 시선으로 찍으라고? 그럼 너무 예술가 아니야? 그럼 내 영상은 눈에 띄지 않을 텐데? 저 선생은 너무 현실을 몰라.
마지막 날
시간이 흘러 수업의 마지막 날, 늙은 선생님은 수업을 마무리하며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여러분이 볼만한 영상이 아닌 보고 싶은 영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번 보고 마는 영상이 아닌 시간이 지나 또 생각나고 보고 싶은 영상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은 영상
시간이 지나 요즘 그 늙은 선생님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슬슬 알게 됐다. 결국 나의 시선이 담긴 영상, 나만 찍을 수 있는 영상이 좋은 영상인 것이다. 순간을 특별하게, 또 마음에 남아 또 보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인생을 찍는다는 것
좋은 인생을 산다는 것도 영상을 찍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남들과 다른 시선이라도 나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것, 기준은 ‘남’이 아닌 ‘나’라는 것. 평범한 순간도 특별하게, 또 돌아봐도 보고 싶은 장면이 될 수 있도록 사는 것.
“눈에 띄는 영상보단, 마음에 띄는 영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좋은 인생은 좋은 영상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