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의 본질에 대한 생각
외식업의 본질은 뭘까?
"짧은 시간 관심을 받고 사라지는 음식점들이 아닌, 오랜 시간 손님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음식점의 공통점은 화려함이 아니라, 무결점이었다. “흠잡을 게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린 이 말을 흔히 ‘완벽하다.’라고 오해하는 데 사실 불만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더 잘할까 보단 불만족을 만족으로 바꿔 가는 데에서 맛집은 정의된다."
당연히 음식의 맛이겠지만 그 영역을 조금 더 확장한다면 조금 더 신경 쓸 부분이 있다. 조금은 지루하지만, 외식업의 탄생 배경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주막‘, 외국의 경우 ‘레스토랑’의 형태로 시작된 것이 처음이다. 이 두 가지의 형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초기 외식업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막은 술, 음식 그리고 잠자리와 쉴 곳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의 형태가 더 부각되었다. 레스토랑의 경우도 ‘기운을 차리는 곳’이라는 의미가 어원인 것으로 보아 단순히 맛으로 강조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우리가 음식점을 방문하면서 만족감을 얻은 곳을 ‘맛집‘이라 표현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맛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맛, 서비스, 공간, 인테리어, 식기 도구, 종업원, 브랜드가치 등 다양한 항목으로 고객들에게 평가되고 그 항목들이 모여 ‘만족’이라는 점수가 높은 음식점을 우리는 ‘맛집‘이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업계에서는 이렇게 손님들의 만족도를 올리는 다양한 항목을 묶어 q(quality), s(service), c(cleanliness)라 부른다. 덕분에 많은 외식사업자가 외식업의 기본이자 본질인 q, s, c를 강조하고 있다.
Q(quality)
음식점에서 만드는 제품의 품질을 이야기하는데, 대표적으로 음식의 맛을 이야기한다. 사실상 3가지의 요소 중 센터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면 당연히 센터를 차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단순히 ‘맛‘이 중요한 거라면 t(taste)를 써야 할 텐데, q를 사용한 이유는 바로 맛이라는 단순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맛은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인데, 조리사의 기술, 식재료의 신선도, 음식의 시각적 요소 등 맛을 좌우하는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가끔 손맛 좋은 어머니들이 음식점을 차리고, 쓴맛을 보곤 하는데 ‘맛’에 대한 영역을 확장하지 못한다면 내 가족만 좋아할 음식만 내어주고 있을 확률이 높다.
s(service)
생각보다 많은 음식점에서 서비스에 대한 영역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 가게의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인스타그램이겠지만, 고객의 재방문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접객이다. 손님에게 친절하고 능숙하게 대접하는 사소한 노력이 놀랍게도 맛집의 본질에 들어가는 것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유명해진 ‘연돈‘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홀을 담당하는 부인의 손님을 위한 디테일이었다. 뜨거운 국물이 식을까 음식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서비스하는 그 작은 디테일이 그 맛집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키오스크의 역할 역시 한번 고려해 봐야 한다. 단순히 매장의 노동력 혹은 잡음 감소를 위해 들여놓는 거라면 내 매장의 서비스 요소는 떨어질 수 있다. “사람이 답이다. “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의 목적은 손님의 불필요한 액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작동법을 물어보면 짜증 섞인 목소리로 ”거기 잘 읽어보세요..” 같은 대응은 모든 것이 완벽한 매장에서도 만족도를 올릴 수 없다. 자리에 하나씩 붙어있는 호출 벨, 굳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 웨이팅 시스템이 앞서 말한 손님의 불필요한 액션을 줄여주며 매장 입장에서도 효율을 챙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c (cleanliness)
말 그대로 '청결'이다. 이 부분을 다들 깨끗하고 깔끔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안전'이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의 '완전 무결성'을 강조한다. 100개 중 1개라도 결점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매장의 재방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청결하지 않은 음식은 그만큼 인간에게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의 음식이 손님들의 건강한 삶을 해치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다. 지난여름 김해시의 대형 냉면집에서 고명으로 올라간 계란지단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린 사건이 있었다. 이 중 60대 남성 한 명은 결국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 이처럼 우리가 흔하게 먹는 음식에 ‘안전’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맛집의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당연한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맞다. 화려하고 재밌고 이야기가 있는 식당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 이전에 우리가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외식업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 관심을 받고 사라지는 음식점들이 아닌, 오랜 시간 손님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음식점의 공통점은 화려함이 아니라, 무결점이었다. “흠잡을 게 없다.”라는 말이 있다. 우린 이 말이 흔히 ‘완벽하다.’라고 오해하는 데 사실 불만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q, s, c의 요소를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점의 어떤 요소에 불만족한가?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아서?, 디자인의 요소가 별로여서? 그보단 “음식이 맛없어서”, “서비스가 불친절해서 “, “매장이 더러워서” 등의 요소들일 것이다. 외식업은 만족 산업이다. 1등 산업이 아니다. 무엇을 더 잘할까 보단 불만족을 만족으로 바꿔 가는 데에서 맛집은 정의된다. 우리는 그동안 외식업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