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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떠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요리를 그만둔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어떤 일을 하는가

by 김대영

요리사로 오래 일할 수 없었다.
그건 단지 힘들어서가 아니라, 표현할 수 없어서였다.


나는 요리 그 자체보다, 요리를 둘러싼 이야기와 태도, 생각을 말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현장은 그런 사람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요리사는 박봉이니까 결국 자기 가게 해야 한다'

그 시절엔 '요리사는 박봉이니까 결국 자기 가게 해야 한다'는 말이 당연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다. 요리사라는 직업 자체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직업을 '탈출하는 방향'이 더 당연하게 여겨지던 구조였다.


그러다 콘텐츠를 시작했다. 친구들과 만든 팟캐스트, 수다로 풀어낸 음식 이야기들. 밤을 새워 편집하고, 영상학원에 다니며, 나는 요리를 매개로 한 콘텐츠를 만들었고 목표를 찾아갔다. 처음으로 나 자신이 순수하게 즐기는 그런 일을 찾은 것이다.


그렇게 콘텐츠를 만들어가던 어느 시기,
'이 일을 더 오래 이어가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 질문 끝에서 만난 것이 지금의 일, 바로 ‘외식업 교육기획자’라는 역할이자 업무였다.


교육이라는 말은 조금 딱딱하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육을 만드는 일보다는, 일의 이유를 다시 설명해 주는 이야기를 짜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한다. 외식업 현장에서 요리사로 지냈던 시절의 나에게 '왜 이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있었더라면, 조금은 덜 흔들리고, 더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교육이라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교육 그 자체보다는 외식업 안에서 동기와 의미를 잃어버린 또 다른 '나'에게, 작은 계기 하나를 건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요리사였던 시절의 나는 일을 버티는 법은 배웠지만,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콘텐츠를 시작했고, 그 끝에서 '교육'이라는 방식을 만났다.


그건 누군가에게 계기가 되어주는 일이었다. 지금 내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겉으로 보면 교육이지만, 나는 그것을 콘텐츠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본질은, 변화를 원하는 누군가가, 자기 일의 이유를 다시 찾게 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일이다.


나는 가끔 치열하게 나 자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이 일을 시작했나요?”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이유와 여전히 연결되어 있나요?

나는 지금도 그 질문에 답을 찾고 있다. 아마도 그걸 계속 묻고 있는 것, 그 자체가 내가 이 업계 안에 남아 있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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