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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에 “좋은 일터란 뭘까?”

단순히 오래가 아니라, 현명하게 오래

by 김대영

언제부턴가 외식업은 '단기 알바'나 '경력 없는 이들의 첫 사회 경험'이라는 이미지로 고착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일한 외식업 실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바뀌는 건 메뉴보다 사람이고, 직원이 오래 버티는 곳은 예외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말 이 구조는 바꿀 수 없는 걸까?


회사라는 말의 한자어처럼, ‘모일 회(會)’와 ‘모일 사(社)’로 이루어진 이 단어는 원래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을 함께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생긴 개념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터란, 결국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좋은’이란 인성이나 성격보다도,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목표, 그리고 그것을 함께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 나는 그걸 좋은 일터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외식업은 유독 책임감 없이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이 있다. 내가 일했던 매장들에서도 그런 일이 많았고. 하지만 그게 정말 개인의 문제일까? 나는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퇴사나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는 보통 세 가지라고 한다. ① 연봉과 복지, ② 성장 가능성, ③ 함께 일하는 사람들. 물론 최근엔 복지와 커리어 성장을 고민하는 외식 브랜드들도 늘고 있지만, 전체 외식업 구조상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갖춘 곳은 드물다.


특히 연봉이나 복지 면에서의 개선은 장기적으로 운영 수익과 직결되다 보니,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구조상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수용 가능한 인원은 정해져 있고, 인건비는 매년 올라가니까. 성장도 마찬가지다. 어떤 매장은 배울 것이 많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1년 정도가 지나면 메뉴와 운영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퇴근 후 자기계발을 할 여유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을 때 느낀 가장 큰 불안감은 이것이었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이 정도의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곳은 많은데, 연차가 쌓일수록 이직이 더 어렵고, 미래는 잘 보이지 않는 구조. 경력이 많을수록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 경력에 걸맞은 자리와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외식업에서 고연차 직원을 유지하는 건 어렵고, 본사 직원은 대부분 저연차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실무자에서 더 높은 직무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분명한 강점이 되지만, 아직 많은 외식 브랜드에서는 실무자 출신의 본사 전환을 구조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매장은 사람을 남긴다.


그곳엔 ‘가치’가 있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어떤 철학과 라이프스타일, 배울 만한 태도가 전달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남기는 매장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

가장 먼저, 방향이 분명한 곳이다. 무엇을 위해 이 공간을 운영하는지,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매장.


둘째,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꾸준히 주는 곳이다. 단순히 오래 일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해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셋째, 말보다 태도로 신뢰를 주는 구조다. 좋은 말보다 지켜지는 원칙이 중요한 이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곳이다. 잘 나간 직원은 또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의 전도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결국, 사람을 남기는 매장은
방향이 있고, 태도가 있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이유가 있는 곳이다.

요즘은 직원들을 ‘내부고객’이라 부르기도 한다. 외부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브랜딩이 중요하듯, 내부고객에게도 브랜드가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전해야 한다. 직원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보고 남는 것이지, ‘월급’을 보고 남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모든 대표가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몫으로만 넘길 수도 없다.

좋은 일터는 결국 ‘누군가’가 아니라 ‘모두’가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사원급 직원은 외식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 산업이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건 회사에도, 본인에게도 더 이로운 일이다. 관리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기준이 아닌, 지금의 구성원들이 ‘왜 일하는지’를 이해하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순히 일의 숙련도가 아닌,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대표는, 외식업이라는 오프라인 구조 안에서도 직원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할 책임이 있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일터는 ‘공간’이 아니라 ‘태도의 총합’이다.

“나는 지금, 좋은 일터를 만들고 있을까?”


'사람이 남는 구조'라는 말이, 오늘 또 콱 박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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