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 불황의 정체
"요즘 더 힘들어요. 코로나 때보다요."
자영업을 하는 지인이 무심히 건넨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
그저 체감상 어려운 걸까 싶었지만, 통계는 더 단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음식·숙박업 생산지수는 22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 6,487명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고, 2024년 하반기에는 월평균 10만 건 이상의 폐업이 쏟아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쯤 되면 단순한 경기 침체라 부르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외식업의 '초장기 불황'이라는 구조적 문제 안에 있다.
외식업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다. 그리고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비용 구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외식업의 기본 공식은 단순하다. 이익 = 매출 – 비용. 그런데 지금 이 구조에서 매출은 줄고, 비용은 오른다.
특히 인건비가 문제다. 2025년 기준 최저시급은 10,030원이다. 외식업에서는 한 명이 부족해도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 한 명을 줄이지 못한 채, 이익은 줄고 손실은 커진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식사 습관도 바뀌었다. 쿠팡, 마켓컬리, 편의점, 배달앱, HMR… 이제는 '집에서 사 먹는 외식'이 늘어났다. 압축된 식사도 하나의 흐름이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브런치를 먹고, 저녁은 간단히 해결하는 사람들. 샐러드 하나, 단백질바 하나면 끼니가 된다.외식은 더 이상 '매일 하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는 선택한다. '세 끼 중 한 끼만, 진짜 외식다운 외식을 하자'고.
외식업은 중소기업이다. 그리고 지금, 중소 규모 조직에 처음 들어가려는 청년은 많지 않다.파트타임 중심의 운영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균열이 생겼다. 수요가 없으면 먼저 퇴근시키고, 주휴수당을 줄이기 위한 '시간 쪼개기' 운영.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느새 '구색 맞추기' 인력이 된다.'사람이 없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현장은 더 빨리 무너진다. 일하는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우리는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다. 2015년 이후 외식업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무엇이 잘못된 걸까. 매출이 줄어드는 것, 비용이 늘어나는 것, 사람이 부족한 것, 소비가 달라진 것… 그 모든 게 원인이자 결과다.
나는 이렇게 말해본다. "외식업은 이제 '그냥 열심히 한다고' 버틸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노력으로 뚫리지 않는 한계. 그 한계가 누적된 것이 지금의 초장기 불황이다.
외식업은 왜 이렇게까지 구조적으로 힘든가
이 글을 쓰며 내가 계속 붙잡고 있는 질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들. "경기가 안 좋아서요." 하지만 이 말만으론 부족하다.지금 필요한 건 '경기 탓'이 아니라 외식업의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구조를 만들었고, 그 구조 안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작은 답을 찾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