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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아직도 외식업에 남아 있을까?

결국, 우리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by 김대영

《직업으로서 외식업을 시작하며》


왜 나는 아직도 이 일을 하는가

처음 외식업에 들어왔을 때, 나는 비교적 또렷한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도 조리고, 대학도 조리 관련 전공이었다. 군대까지 조리병으로 나왔으니, 요리는 나에게 '직업'이 아니라 '삶의 전제'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었고, 나름대로 업계에서 알려진 레스토랑에서 일도 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주방을 떠났다. 마치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외식업이라는 구조가 나를 쫓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좁은 주방 안에서의 반복, 열악한 근무 조건, 미래를 그리기 어려운 구조.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나'라는 사람을 지워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이 산업 안에 있다. 교육기획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왜일까. 왜 나는 아직도 이 일을 하는 걸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아마도 '첫 경험'이라는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에서 처음 진심을 다해 몰입했던 일이 외식업이었기에, 그 감각이 내 안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외식업이 정말 재밌다고 느꼈다. 때로는 참 사랑스럽기도 했다.


얼마 전에 LG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외식업 기반의 고객경험 교육을 기획한 적이 있다. "고객중심 사고를 위한 F&B 필드트립." 그들은 일상에서 최종 소비자를 직접 마주할 일이 거의 없기에, 외식업의 '현장성'을 배워가고자 했다. 매일같이 고객과 눈을 마주치는 외식업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경험의 교과서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 외식업은 합리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산업이구나. 이 산업은 사람의 감정, 순간의 분위기, 낭만 같은 것들이 진하게 배어 있는 곳이구나.


그래서 나는 외식업을 '낭만 산업'이라 부르고 싶다. 낭만이라는 단어는 때때로 비효율을 품는다. 하지만 그 비효율이야말로 성의 있는 일의 증거가 된다. 일식 셰프가 새벽마다 수산시장에서 직접 생선을 고르는 일. 과하게 손질한 채소 위에 얹은 정성. 손님의 기분을 읽고 바꾸려는 서빙 스태프의 조심스러운 눈빛. 모두가 '수익'보다는 '성의'에서 출발한 낭만들이다.


나는 이런 낭만에 약하다. 그리고 그런 낭만으로 외식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느낀다. 그것이 요리사든, 매장 운영자든,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획자든 말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 지금의 나는, 이 업을 떠난 사람이 아니라, 더 멀리서 이 업을 돕고 싶은 사람이다.


당신이 만난 누군가도, 어쩌면 지금도 그 낭만을 붙잡고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그게 누구든, 그 사람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외식업은 여전히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떠나기도 한다. 나 역시 한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산업의 '낭만'을 믿고 여전히 여기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 낭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일은, 바로 그 낭만을 계속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다.


당신은 왜, 아직도 이 일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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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