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의 특징 /한식
1994년 한국에서 태어나 약 26년, 참 많은 한국음식을 먹었다. 특히 요리를 전공으로 꽤 긴 시간 공부한 학생으로서 얼마나 한국음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과 반성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부터 알지만 잘 모르는 우리 음식 ‘한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음식은 문화이다. 하나의 문화는 자연환경, 사회, 문화를 토대로 오랜 역사와 함께 변천과 발전을 거듭한다. 우리나라는 온대기후로 사계절이 뚜렷하다. 이는 다양한 식재료를 의미한다. 특히나 삼면이 바다이고 산과 평야의 비율이 적절하여 수산자원 지상 자원 등 식재료의 이용이 용이한 환경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 은 영양적인 면이 뛰어나 옥수수, 감자, 밀같은 다른 주요 곡물보다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는 크게 원시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 시대의 순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는 오랜 역사와 함께 변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이 역사와 맞물린다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한식의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받는 조선시대에 대해서 알아보자.
조선시대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 종교적 관점에서도 조선시대 음식을 볼 수 있다. 조선 음식은 불교가 왕성할 때 즐겨 마시던 차 보단 음청류, 주류가 발달되었고 또한 농서(농사의 관한 책)의 간행으로 농업기술이 발달했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서가 간행되어 조리법을 체계화했다. 또 3첩, 5첩, 7첩, 9첩 등 상차림의 구성법이 정착되었다. 이는 단순 생존을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닌 식생활 자체를 즐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조선에 고추가 들어오면서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 등 지금의 한국음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 저장, 발효식품의 발전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시대는 한국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대다.
한국음식에서 주인공이 누구냐! 했을 때 우리는 당연히 ‘밥’이라고 대답해야 한다. 그만큼 한국음식에 빠져서 안될 것이 바로 밥이다. 우리나라는 주식과 부식이 구분된다. 물론 매끼 밥을 먹지 않지만 국수, 죽, 만두 등과 같이 밥을 대신할 주식은 분명히 있고 부식은 언제나 구별되어있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쌀, 보리, 콩, 수수, 조 등과 같은 곡류이며 부식은 국, 찌개 등의 국물 음식과 발효음식인 김치를 기본으로 채소류, 어류, 육류 등을 이용해 조화롭게 배합해 반찬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음식이 다양하다. 우리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음식이 크게 달라지는데 이는 음식의 명명법을 봐도 알 수 있다. '재료명’ +’ 조리법' 과 같이 이름이 지어진 음식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갈비찜’ 은 갈비라는 재료를 찜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이고 '미역국'은 미역을 국 조리법으로 조리한 음식이다. 다양한 식재료 ( 곡류, 육류, 어류, 채소류, 해조류 등)와 다양한 조리법 ( 밥, 국, 찌개, 찜, 구이, 나물, 생채, 전, 조림, 김치, 장아찌, 젓갈 등) 은 한국음식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음식의 특징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면 '조화' 라 말하고 싶다. 한식은 맛을 내는 데 있어 여러 양념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일명 '갖은양념'이다. 갖은양념은 파, 마늘, 고춧가루, , 간장, 된장, 참기름, 식초, 깨소금 등을 음식의 특징과 조합에 맞게 가감하게 된다. 말 그대로 특징이 뚜렷한 재료들을 적절히 섞어 하나의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이다. 양념이란 말은 한문으로 ‘약념’ 이라 표시하는데 이는 조미료를 쓸 때 ‘ 몸에 이로운 약이 되도록 염두에 둔다'라는 뜻으로 양념을 적절히 사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 다양한 반찬도 음식을 조화롭게 하는데 한몫한다. 밥이 중심이 되어 먹는 사람이 다양한 반찬들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디자인하여 조화롭게 먹는 것이 한국 반상 문화의 핵심이자 매력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맛을 디자인하는 민족이다.
다른 음식 문화권과 굳이(본래 비교할 것이 아니므로) 비교해서 우리 음식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몸에 이로움이 첫째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음식의 대표적인 사상인 ‘약식동원'과 ‘음양오행'을 보면 더욱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 조상들은 먹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약식동원은 ‘입으로 먹는 음식은 몸에 약이 된다.’라는 근본 사상으로 일상의 음식에 한약재 (꿀, 인삼, 대추, 오미자, 구기자, 계피, 후추 등 )를 더하여 먹었다. 또 각 사람의 성질에 맞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를 진단하고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한 가지 음식에도 다섯 가지 색이 들어가도록 조리해 먹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조금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반상 문화이다. 일반적으로 궁중과 양반가의 반상 문화가 지금의 한정식으로 변형되어 우리가 즐길 수 있다. 밥과 국을 중심으로 갖가지 반찬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준비된다. 지금은 굳이 ‘첩’의 수를 계산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는 상황과 먹는 사람에 따라 첩이라는 반찬의 가짓수를 조절했다. 반상은 3첩, 5첩, 7첩, 9첩 12첩으로 구분이 된다. 하지만 모든 찬류가 전부 첩으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밥, 국, 김치, 종지(간장, 고추장, 등)는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찌개, 찜/전골 역시 첩으로 치지는 않으나 5첩 이상의 상차림에 구성되어 기본 찬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이렇게 첩수로 상차림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 상황에 맞춰 상차림이 나뉘기도 한다. 이른 아침 임금의 초조반으로 내는 ‘죽상‘, 국수, 떡국, 만두 등을 주식으로 차리는 ‘면상(장국상)’ 술을 대접하기 위해 차린 상으로 ‘주안상' 명절이나 잔치 때 많은 사람이 같이 받는 상차림으로 ‘교자상 ‘ 후식이나 야참으로 먹는 ‘다과상' 등이 있다. 이뿐 아니라 통과의례( 사람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통과하여야 하는 의례 ex) 임신, 출생, 백일, 돌, 관례, 혼례, 회갑, 회혼례, 상례, 제례)에 맞춰 상차림이 발달되었다. 이러한 상차림 문화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식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곡물을 중심으로 농업이 발달했다. 사실 농경사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일 것이다. 추운 겨울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먹을 것이 없었을 것이다. 인간적 으로는 먹을 것이 없었고, 과학적으로는 비타민과 단백질 섭취량이 상당히 부족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음식이 바로 저장, 발효음식이다. 추운 겨울 부족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한 장아찌, 김치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장을 이야기하려 한다. 지금도 우리는 소금으로 간하는 것보다 장을 이용해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이 더 익숙하다. ( 고기를 소금에 구워 먹는 것보다 장에 숙성시켜 불고기, 제육볶음 등과 같이 먹는 것이 더 익숙하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식생활에 뿌리 깊게 박힌 장, 이라는 것은 한국음식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장‘이라는 음식은 본래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고 사람들의 기호와 환경에 의해 변형되어 지금의 고추장, 된장, 간장의 형태로 진화되었을 것이다. 장이라는 것이 콩을 발효시켜 저장성을 높이는 동시에 맛과 풍미를 극대화시킨 식품이다. 지금에 와서야 ‘장’에 들어있는 젖산균, 효모, 곰팡이 등과 같은 좋은 미생물(미생물이 전부 좋다는 것은 아니다.) 들이 우리 몸에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건강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다. 그 옛날 단백질이 부족해 단백질의 급원으로 대체했던 ‘장’이 지금에 와서야 기호성뿐 아니라 영양성과 기능성까지 인정받으니 역경 속에 피어난 꽃과 같은 ‘장‘이라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 음식의 입지가 불안정하다. 전통과 새로움에 부딪혀 갈 곳을 잃어버린 우리 한식의 쓸쓸함이 눈에 밟힌다. 문화는 정답이 없다. 대중들이 선택이 곧 트렌드가 되며 문화로 발전된다. 하지만 이내 아쉬운 것이 바로 이 선택이다.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문화의 놀라움은 뒤로한 채 그저 자극적인 것들이 이목을 집중시켜 제대로 된 선택이 불가능하니 말이다. 우리는 거시적인 생각에 비롯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한국음식의 특징을 아는 것은 중요하고 그 문화를 깊진 않지만 넓게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에 따라 선택된 우리 식문화는 더욱 찬란할 것임에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