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담 Oct 23. 2017

어떤 기대, 어떤 실망

닝겐들이여. 나를 실망시키지 말지어다.

브루투스, 너마저..!

지켜질 것이라 믿었던 약속이 깨졌을 때 느끼는 상실감의 크기는 얼마나 기대했는가에 달려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많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들이 미안한 표정으로 무장하고 사과를 해온다면 난 쿨한 사람인 척 받고야 만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그러나 그들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내 마음은 아픈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바로 보아야 할 현실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 현관에 서서 문을 두드렸고 떠나갔다.

맨 발로 허둥허둥 달려 나온 나는 빈 문 앞에서 허탈할 뿐이다.


아픔이 계속되면 점차 그 아픔에 무뎌진다.

나는 공감능력이란 본인의 아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 굳건히 믿는다.

가령 내가 배탈이 난 적이 있다면, 체한 사람에게 소화제를 챙겨주고 싶어 지는 게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암환자라면, 그들에게 내 동정의 지분을 나눠줄 겨를이 있을까?


나는 어느새 타인의 나를 향한 실망에도 무뎌져 가고 있었다.

나의 기대하는 능력이 퇴화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대에도 부흥할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나는 그냥 심보가 고약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팠으니까 너도 이만큼 아팠으면 좋겠다는 적반하장 마음씨가 드러나고야 만다.

이런 마음은 결국 항상 생뚱맞은 사람에게 불똥이 튀었고, 이번에도 여지없었다.

나는 변함없이 무력하며, 우유부단하고, 남을 상처 입히는 인간이다.


그만 실망하고 그만 실망시키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설계할 때 서운하단 감정을 애초에 넣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조물주가 누구든 간에 기획자로서는 빵점이다.

나는 비록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브루투스처럼 당신의 등에 꽂아 넣고 싶지 않았다.

내 상처를 빌미로 당신에게도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내 마음의 쓰레기장으로 가라앉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공연, 수많은 공허한 문자들과 알맹이 없는 감정, 나는 또 자격도 없는 주제에 서운하고야 만다.


작가의 이전글 저효율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