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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Dec 12. 2015

#1. Last Back-packing

Posted by DONGYOON_HAN on 2015년 5월 여행 중

미국에서 유럽을 다시 넘어가면서 원래 계획했던 귀국은, 금의환향이라는 말에 걸맞게 화려하게 하고 싶었다. 그간의 사용하지 않은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현재 여객기 중에 가장 크다는 A380으로 귀국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리고 여차하면 A380 비즈니스 클래스를 선택하려고도 했다. 내 돈으로 언제 호화를 누려보겠냐며, 그리고 일 년 간 큰 사고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스스로에게 축하하고도 싶었고.


그래서 유럽에서 한국으로 취항하는 A380 기종은 파리에서 있었기에 파리를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하려 했지만, 뜻하지 않게 한국에서 날아온 면접 보라는 문자를 받고 귀국 일정을 앞당기게 되었다. 그래서 밀라노 면세점에서 가족들 선물을 사는 것으로 여행이 끝나게 되었다.


마지막은 한인민박을 숙소로 잡았다. 비수기이다 보니 호스텔과 비교해서 가격이 저렴했다. 지긋지긋한 닭장 호스텔을 피할 수 있고 ‘한식’을 먹을 수 있어서 역시 한인민박이 좋다.


비수기 특성상 사람이 없어서 한인민박 방을 매우 여유롭게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짐 정리도 시원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 1년 간 잘 사용한 찢어진 트레이닝 바지를 버리고 이제는 답이 없는 썩을 것 같은 운동화도 버렸다. 모니터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중고로 구입한 15만 원짜리 노트북도 성질 같아서는 버리고 싶었지만, 주인 잘 못 만나서 부서지고 고장 나는 운명을 맞이한 노트북을 쉽게 버릴 순 없었다. 캐스트 어웨이의 Wilson 같은 존재까진 아니어도, 그 비슷한 연민이 들었기에 인천공항 쓰레기통에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가져가자는 마음에 수화물은 1.5kg 더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버린 옷가지로 새롭게 생긴 가방의 공간에는 가족들의 선물로 채웠다. 마지막 백 패킹이다.


나는 일 년간 무엇을 채웠을까. 아니 채우긴 했을까. 정성적인 평가를 내려야 하나, 아니면 이것도 스펙이라는 것으로 치환해서 다시 사회에 복귀해야 할까.


결론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서 이번 여행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간다면 이번 여행은 좋은 모멘텀이 된 것이고,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삶을 산다면 여행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달성한 멋진 여행이 될 것이며, 이전보다 낫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된다면 이번 여행은 내 인생에 가장 찬란한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의미는 과거에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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