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어깨에 힘이 들어갔네요. 힘 좀 빼세요.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나 역시 운동을 배울 때 엄청나게 들었다. 시킨 동작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용을 쓰다 보면 어느샌가 내 어깨는 올라가 있고, 여지없이 그 말이 나온다. 사실 이 말을 들을 때 마치 누명을 쓴 것처럼 억울했다. 의도를 가지고 올린 게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일어난 현상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순순히 과오를 인정하고 어깨를 살며시 떨구곤 했다.
내 관점에서 어깨의 힘을 빼라는 말은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하는 말이다. 특히 운동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운동 지도자가 올라간 어깨를 지적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동작의 이미지(image)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스쿼트를 한다고 해보자. 여러 지침이 있다. 무릎이 발끝을 넘기면 안된다든지 골반을 앞으로 기울여 허리에 아치를 만들던지 말이다. 또한 하체 위주의 운동이기 때문에 다리와 골반 주변 근육에 수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있다. 이 지침에 따라 어깨 주변 근육을 긴장하는 건 굉장히 불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회원의 건강과 좋은 운동 습관을 위해 이 부분을 짚고 가는 건 맞다. 하지만 힘을 빼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 이 말이 최선일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운동을 할 때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보자. 운동 시 어깨가 올라가는 이유 중 하나는 습관이다. 그냥 평소부터 힘을 줄 때마다 어깨에 힘을 주는 경우다. 몸에서 힘을 주는 상황이 생기니 무의식적으로 긴장이 되어 어깨가 들린다. 다른 이유는 욕심이다. 내가 현재 낼 수 있는 힘을 모른 채 무리해서 억지로 힘을 끌어 쓸 때 다른 부위가 긴장되기 마련이다. 바꿔 말해 운동 시 어깨가 올라가는 건 현재 어깨 주변에 습관적인 긴장이 있거나 운동을 무리하게 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때 어깨의 힘을 빼라고 말하는 것은 내 습관적인 긴장을 파악하거나 무리한 동작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긴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나라면 힘을 빼라는 말보다 다른 말을 선택하겠다. 운동하는 사람의 어깨가 올라가는 현상이 보이면 이 사람이 현재 무리하고 운동하고 있거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간파하여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어요.', '습관적으로 어깨를 먼저 긴장하고 있네요. 동작을 최대한 천천히 가져가 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침을 내리면 운동을 배우는 사람은 동작을 최대한 천천히 진행하며 어깨가 올라가지 않는지 관찰하며 동작을 수행할 것이다. 또 내가 무리한 동작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여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지침 하나 바꿨을 뿐이지만 몸에서 반응하는 액션은 사뭇 달라진다. 현재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내리는 지침이 진짜 내 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줄지에 대해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몸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