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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amic K Sep 20. 2020

호로록

가을엔 따뜻함 한사바리, 호로록.

침 출근길,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내 코에 입에서 나온 김이 조금씩 맺힐때. 사람들의 어깨가 조금씩 움추러 들고 가만히 서있지 못해 발을 조금씩 동동 거릴때 "아, 겨울이구나".
출근길 너무 추워 가는길 편의점에 잠깐 들러 따뜻한 데자와 하나 집어들때면 보이는 '행사상품입니다'. 출근길 항상 나보다 먼저나와 귀여운 귀돌이 하나 하고 아침을 열고 계신 경비아저씨께 "아저씨, 이거 샀는데 하나 더 주데요?". 츤데레 마냥 쓱 내밀었다가 세상 기분좋은 미소 지어주시며 "오늘  좋은일 많이 생길거다 너" 천원짜리 데자와에 십만원짜리 웃음을 얻고 남는장사 했다고 괜히 '나 뿌듯'. 코끝은 빨개지고 콧물은 조금 맺혀줘야 또 따뜻한 국밥 한그릇이 그렇게 맛있는 거거든. 괜시리 따뜻한 마음에 갑자기 떠오른 둔황에서 먹었던 미시엔.  쌀로만든 국수와 천엽같은 양이 가득하고 국물은 무슨 사골뼈 24시간은 우린듯한 갈비탕 뺨치던 그맛. 살짝은 추운 밤공기에 뜨거운 국물에서 피어나와 미스트마냥 얼굴에 맺히는 그 국물, 면치기 한번 할라치면 그 탱탱하기가 사누끼 그지없어서 면이 막 젖가락타고 올라오는데 왼쪽 탁 오른쪽 탁 국물을 튀겨가며 호로록.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이 까끌해지고 잇몸이 약간 가렵긴 해도 멈출수 없던 그맛. 원래 맛있었던 건지 분위기 한스푼 들어가 그랫던 건지 왠지 모르게 참 맛있었던 그 맛. 이렇게 찬바람이 다가올때면 두손으로 그릇을 얼굴에 파묻고 시원하게 굿물 한그릇 때린다음 세상 행복한 표정지으며 김현주 놀이 하고 싶은 오늘. 국물이..국물이... 아니다.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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