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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Jan 23. 2019

Basic 감정 Voca (필수 핵심 48개 수록)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언제부터인가 일상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지식들을 배우는데 익숙해졌다.


핵심이라고 하는 이른바 ‘국영수’는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사고의 확장 수단 또는 역량의 가늠자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 지식이 내 일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대학에서 또는 회사에서의 전공, 전문 분야라는 것도 사실 직업으로서의 영역, 즉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었지, 그것이 내 일상과는 사실 크게 연관성이 없다한들 그것에 대해 문제시 삼는 이는 거의 없다. 농담 삼아 말하는 ‘그거 모른다고 못 사는 것 아니다’는 ‘교양으로서의 지식’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정확한 위치를 상징한다. ‘그거 모르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수준으로 여겨지는 지식의 높이는 여전히 사회 체감 상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그런 면에서 매우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지식으로 다가온다. 국영수를 다 배우고, 전문 분야까지 터득한 이후에, 취직까지 잘 해내고 나서 내 지적 교양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점에 들러서 고르는 그런 책이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시절에 이르는 자아와 사회성을 깨쳐가는 사춘기 시점에 배우면 적절한 ‘바른생활’ 같은 과목이다. 내용도 매우 쉽다. 심지어 어떤 감정의 경우, 책에서보다 훨씬 일상에서 절감하는 사례를 경험하고, 그러한 감정이라면 그 누구보다 구구절절하게 표현하고 설명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정의 종류를 48가지로 분류하고 이 감정과 저 감정이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특정 상황에서 내가 명명하기 어려웠던 그 먹먹하고 답답한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모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색깔을 삼원색만 아는 것과, 무지개 색깔까지 분류하는 것과, 채색 전공자가 쓰는 ‘120가지 Faber Castell 색연필 세트’의 색깔을 알고 있는 것과는 분명 다른 감각 수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많이 알수록 많이 보인다. 그 먹먹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던 감정의 소용돌이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그 해결법도 보인다. 기쁨과 슬픔 두 개의 큰 감정 카테고리만 알 때는 불분명했던 사랑과 연민의 차이점은 비로소 그 둘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나서야 내 감정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가급적 매 장을 읽을 때마다, 내 일상에서의 현실 감정과 비교하고 대입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면 헷갈리거나 그 뿌리가 불분명했던 감정의 기억들을 다시금 꺼내 들어 재해석하기도 했다. 나는 나 스스로가 감정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에게 없거나 잘못 알고 있던, 혹은 잘 쓰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색깔’들이 많았다. 심리학을 전공했거나, 심리상담 분야에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내 일상에, 인간관계와 얽혀있던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수학이나 미술에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이성과 감성의 전공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아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고 절제하거나 다스리는 데에 능숙해져야 한다. 글로 배운 지식들을 실전에 응용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이를 내 1인칭 시점에서만이 아닌, 나아가 타인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설득하거나 ‘기쁨’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수신(修身)’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일상으로 돌아와, 겪게 되는 새로운 상황과 또 그로 말미암은 감정의 곤란에 닥쳤을 때, 나는 언제든 적절한 감정과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이 감정사전을 다시금 펼쳐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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