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만남은 더 이상 예전만큼 큰 의미를 두기 힘들어졌는지 모른다.
너와 내가 만난 오늘의 만남이 과연 정말 서로가 만날 운명이어서 만났는가.
운명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필연적이고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이었는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몇 명인데.
백 년 전보다 수천 배는 많아졌을 온/오프라인의 마주침들 중에서,
수십억 배는 많아졌을 허공의 말풍선들 중에서,
설사 그중 몇 개의 수신자가 나였다고 한들,
내가 마음을 담아 감정을 이입하고 부여해야 할 타당성과 정당성은 그때에 비해 과연 얼마나 사소하고 작아졌는가. 과거 서로를 막아서던 장벽들을 넘고 부수기 위해 공들였던 그 수많은 시도와 노력들이 지금의 그것들에 비할 바인가.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외치던 그 마음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나는 무엇에, 너를 담으려고 하는가.
나도 모르게
우리의 만남이 실패한 이유를,
서로에게 서로가 찾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굳이 설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을 폄하하면서, 내가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그래,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었고, 수많은 마주침들 중 하나였어.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