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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Mar 12. 2023

평가 절하된 감성, 감정

1.

나는 감성에 기대어 살아왔다

감성이 모자라면 감정에라도 기대었다



그러다 현실적인 필요로 이성을 찾고

그 둘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때로는 감성이, 감정이 너무 후려쳐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 역할의 중요성과 기여에 비해 너무 대접을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접은커녕 바보 같은 무엇으로 뒷담화의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늘 그래왔어 한 치의 오차 없이
진심이었기에 더 초라한 이 밤

 [권진아 -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데카르트가 이성의 존재를 확인하고

합리주의와 모더니즘이 인간사를 휩쓸고 난 뒤부터

우리는 이성의 승리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 일종의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엇에 대한 두려움은

곧 그에 대한 터부시와 내려치기로 이어졌다

'우리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변덕스러운 감정으로 인해 망쳐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일상이라는 거실에

감정이라는 괴한이 입장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그게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우리의 거실이 반쪽짜리가 되는 줄도 모르고



후려쳐지는 감성, 감정


이성주의가 점령한 현실과 일상의 연속에

감성과 감정이라는 연약하고 주관적인 가치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어쩌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라도

이성과 타당성의 논리 앞에 언제나 후순위일 뿐이다




2.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윤복희 - 여러분]



그런데,

그렇다면,

나의 위기의 순간에,

내가 절실한 필요에 의해 손을 내밀 때

내 손을 가까스로 잡아줄 무엇은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감성을 후려치고

감정을 후려치고

이성과 제정신의 무엇만을 강조하는 이 Context 안에서

대체

나는 누구로부터 위안을 얻을 것이며

너는 무엇에 가쁜 숨을 다독일 것이냐는 말이다



당신이 울고 웃고 누군가를 그토록 원하게 한 것은

아슬한 운율과 이야기로 당신을 먹먹하게 할 음악은

하물며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오답과 불안에 대해 손을 내민 것은

이성도 합리성도 어떤 자본주의적 환원가치도 아니다

당신이 방치하고 무시하던 그것들이

당신의 가장 어둡고 막다른 골목 끝에서 내민 것은 무엇이었느냔 말이다



그게 결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어떤 동물적 감각에 의한 판단일지는 몰라도,

고작 치기 어린 핏덩이의 청승맞은 신파로 후려쳐지고 마는 그것은,

결코 제 값어치만큼을 대접받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무엇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기려야 한다

그것이 한낱 바윗덩이에 부는 가느다란 바람결에 그칠지라도.

결국엔 그 곁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감성에 기대어 살아왔다

나도 그랬고

너도 그랬다

정말 파렴치한 것은

그 빚을 갚기는커녕

결코 단 한 번도 그레 빚진 적이 없는 것 마냥

채무 관계 일체를 부정하고

그를 내리 깔고 폄하하는 일이다



내가 아무런 미련 없이 글쓰기를 그만두는 날은

이 감정과 감성에 대한 변호를

충분한 호흡으로

보편타당하게 꾸며낼 수 있을 때,

더 더하거나 뺄 것 없이,

그 자체로 당신의 안녕과 다행의 안도를 도모할 수 있을 때

그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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