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이 이렇게 까지 한다. 이게 사랑인가. 나의 상처를 닮았고, 그래서 그 순박한 미소가 어느새 마음에 들어왔다. 단지 그 마음 하나 때문에 모든 게 시작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시작한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이미 시작한 그 무엇이 있었다. 한 아이를 무심히 버릴 수 없어서 먼 길을 선택하고, 피차 마주치기도 싫은 녀석과 마주하면서까지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한 사람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죽고, 방황하고. 모두가 쓸모를 찾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렇게 까지 피를 보았다.
모두가 떠나가고 일영과 우희는 서로에게 보고 싶다는 말 대신에 ‘나를 죽일 거니, 죽이러 올 거니’ 란 말을 한다. 이들의 세상에는 죽음이 이를테면 사랑이다. 일영을 정말로 순수하게 좋아했던 홍주가 일영이 자길 죽이려 했다는 그 배신감으로 일으킨 폭주처럼 말이다. 이건 죽음의 언어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아주 서투르고 거친 그들만의 방식이었다. 어쩌면 일영이 모두를 잃은 그곳으로 다시 돌아와 우희를 죽이게 되는 결말은 그들의 세상에서 어찌할 수 없는 패배다. 남성들의 느와르 세계에 갇힌 두 여성의 서사는 힘겹게 몸부림치며 갇혀있다. 모성과 본연의 사랑을 상징하는 이 여성들의 행동들은 이따금씩 따뜻한 정을 안겨주다가도 결국에는 그 느와르 장르 안에서 조종당하는 캐릭터로 한계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