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런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큐어>

모든 선택은 희생을 낳기에 선택 뒤의 이상이 아름다워야 함을 보여준 영화

by FREESIA
예정된 종말을 미루고 있다.
출처: 영화 <메이즈러너: 데스큐어>

1편과 2편으로부터 해결되지 않았던 궁금증이 비로소 해소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사실 1편을 제외하면 메이즈 러너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액션신이 그리 많지 않다. <데스큐어>에서도 액션 영화라는 점만 고려한다면 초반 열차 추격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망스러웠다. 또한 트리사를 비롯한 몇몇 인물들의 행동의 동기가 불분명하여 이야기의 개연성이 흐려지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 전개와 달리,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선택'의 의미가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다.


2편에서 다루었던 주된 내용은 다수를 위하여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였다. 이에 토마스와 러너들은 열심히 저항해왔다. 하지만 이 질문은 도리어 토마스가 내려야 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등장한다. 민호를 빼앗긴 상황에서 그를 포기하고 남은 다수의 생존자와 도망가서 살 것인가. 다수인 우리를 배신했던 트리사를 공격하는 것이 옳은가. 병에 걸린 뉴트를 버리고 나의 생존을 택할 것인가. 이런 상황들에서 위와 같은 질문들과 직면한 토마스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의 희생을 용인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모두가 함께 역경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위키드의 부당한 선택에 저항하였듯이,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늘 같은 대답을 했다.

출처: 영화 <메이즈러너: 데스큐어>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토마스의 피가 세상을 지배하는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는 만일 애초에 도망치지 않고 위키드와 함께 했더라면 자신의 친구 뉴트를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책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조금 억지스러운 전개이기는 하지만 그토록 위키드로부터 도망쳐왔지만 세상을 지킬 수 있는 답 또한 토마스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 즉,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소수의 삶' 그리고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이 두 가지 선택이 토마스 자신에게 분명 존재했으며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하였더라도 그 길은 분명 존재했리란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주인공인 토마스를 따라가느라 당연히 그 선택이 정답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선택을 했던 것은 트리사였다. 러너들은 그녀를 배신자라 여겼지만 트리사 역시 그녀만의 대의가 있었고,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출처: 영화 <메이즈러너: 데스큐어>

중요한 것은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느냐이다. 러너들이 민호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다수에 의해 억압받던 벽 뒤의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위키드를 공격했다. 그들 또한 토마스를 비롯한 러너들과 같은 선택을 했음에도 또 다른 무구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트리사는 세상을 위하는 간절함이 있었던 반면, 잰슨은 면역 치료제로 선택받은 자들만을 구하고자 했으며 그 힘을 악용하고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멈출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이 가지는 진의에 따라 그 결과는, 또 그 결과로 맞이하는 세상은 너무나도 달라진다.

출처: 영화 <메이즈러너: 데스큐어>

우리는 예언된 종말을 미루고 있을 뿐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희생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그 선택의 뒤를 따르는, 선택한 자들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에 몰입하여야 한다. 따라서 토마스의 선택, 트리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든 마주하는 희생에 대하여 그들이 돌에 이름을 새기듯이,

뉴트가 친구들의 이름을 되뇌듯이

항상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잊지 말아야 할 의무이자 생존한 자들의 책임이다.


종말을 앞에 두고 남은 인류가 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선택들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고, 자신의 결정에 흔들리지 않는 토마스의 확산적인 역할에 감동받았으며, 다수와 소수가 아닌 모두를 포용하고자 한 연대의식이 매우 인상 깊다.


평점: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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