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하면서도 다를 수밖에 없는 차와 인생의 역학을 다룬 영화
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우린 모두 레이서야.
'7000 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그 순간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인가.' 이것은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명대사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런 지점'이란, 레이싱 경기에서 끊임없이 트랙을 돌며 질주할 때에 선수가 경험하게 되는 초월적 경지로써 영화의 주인공인 '캐롤 셸비'의 관점에서 스포츠, 더 나아가 인생까지 관통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이렇듯 <포드 V 페라리>가 스포츠카 레이스를 소재로 하면서도 철저히 차 안에 있는 레이서 중심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최근 개봉한 영화 <페라리>의 경우 차 바깥의 이야기, 엄밀히 말하면 차가 지나는 길 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페라리>는 페라리 기업의 파산 위기 그리고 아내 라우라와 또 다른 여자 리나 사이 불안한 사랑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창립자 엔초 페라리의 삶을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한 때 직접 레이서로 데뷔해 활동하기도 했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7년에는 기업가로서 트랙 바깥에서 소속 자동차 경주팀을 리드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며 1000마일을 경주하는 '밀레 밀리아'에서의 우승이란 그가 봉착한 일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와도 같았다.
이 영화를 설명하는 두 가지 축은 바로 '기업(페라리)의 성공'과 '가족(페라리 家)과의 사랑'이 있다. 엔초 페라리의 삶에 있어 기업과 가족은 비유적 표현을 넘어서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애초에 아내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고 라우라는 일정한 경영권을 행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내와 별거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해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파트너인 라우라와 의논을 나눌 수밖에 없고 또 협상의 테이블 위로는 엔초의 두 집 살림을 겨냥한 지독한 사심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의 거침없는 말투나 고집스러운 면을 보자면 어울리지 않는 평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엔초 페라리는 앞서 언급한 두 축에 있어서 일관되게 회피형의 자세를 취한다는 점이 다소 별개의 이야기처럼 존재하는 두 이야기를 비로소 하나로 엮는다. 그는 페라리의 레이서 팀 중 한 명이 사고로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되자 큰 미동도 없이 옆에서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해 오던 '알폰소 데 포르타고'에게 빈자리를 넘겨준다. 그리고 해당 사고는 '페라리'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의 스트레스 문제였다고 단정 짓는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의 슬픔과 고통 역시 이런 방식으로 대하는 사람이다. 중반부에는 엔초와 라우라 사이를 갈라지게 한 가장 큰 원인처럼 보이는 가족사가 등장하는데 이를 '리나, 그리고 그의 아들 피에로'와의 관계를 두고 생각해 보자면 그는 현실의 아픔을 제대로 마주하고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모든 일을 자동차 부품을 갈아 끼우듯이 하며 현재의 위기가 결코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페라리'는 아직 건재함을 끈질기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엔초는 자신의 아들에게 자동차의 도면을 보여주면서 엔진이 가동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곤 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드러난 엔초 페라리의 삶의 도면을 들여다보자면 인생에 있어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엔진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아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어가 안 될 만큼 무작정 빠르게 달리다 보면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아픔과 시련은 기꺼이 맞서려는 의지 없이는 또 다른 행복으로 결코 그 빈자리를 메꿀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차와 인생이란 역학의 큰 차이점이다.
#실화모티브 #현실적인 #짜릿한 #액션 #레이싱영화 #영화리뷰 #원로우 #1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