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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SIA Nov 29. 2019

<필름스타 인 리버풀>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을 가르쳐준 영화

당신이면 충분해요.
출처: 영화 <필름스타 인 리버풀>

바래진 느낌의 영상미와 함께, 선선한 바람과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의 풍경이 글로리아와 피터를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든다. 왕년에 잘 나가던 필름스타와 배우 지망생이라는 위치, 그리고 많은 나이차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 그래서 자칫 뻔한 멜로드라마에 그칠 수 있었던 이 영화가 보다 특별해지는 이유는 가짜일 것 같고, 너무 비현실적이라 영화 속에만 등장할 것 같은 사랑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모든 것이 거짓투성이다. 어쩌면 연기라는 것 자체가 거짓이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스타는 반짝이는 별이 아니라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그림자와 같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무색하게 할 만큼 진심을 다했던 그들의 시간은 오랜 세월이 흘러 오늘날의 우리의 마음에도 큰 감동으로 찾아온다. 우리의 삶 또한 나의 이름을 내 걸고 펼치는 하나의 연극이다. 거짓으로 들어찬 이 인생이란 무대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가. 


영화는 문을 열고 닫듯이, 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듯이 연신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오간다. 70,80년대의 음악과 오래된 필름영화. 그리고 그 시대에 빛났던 스타.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추억에 고이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때, 그곳에 있었기에 아름다웠던 것들이 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아름다웠던 추억에만 머물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순리다.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마저 포기하려고 하는 피터와 그를 바라보는 글로리아의 미안한 마음. 그리하여 그녀는 흔들리는 눈빛을 다잡으며 그를 보내주어야 했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은 그 기억들을 모두 원래의 자리에 두는 것이다. 순간에 열정적이되 그 기억에 나의 오늘을 빼앗길 만큼 끌고 오지 말자.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다고 기억하는 것. 그렇게 기억하는 것으로 우리는 아름답게 이별한다. 추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평점: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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