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생각을 놓았다. 글을 써야 했지만, 생각의 여유가 없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글들은 어느새 길을 잃어 뒤틀려진 삼각 지대에 다다랐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했던 글이었는데, 돈이라는 수단을 좇다 보니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나는 글을 놓았지만, 글은 나를 붙잡고 있었다. 아등바등 떨어져 나가려는 나의 옷소매 뒤끝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게 활자를 두드려달라며 찾아왔다.
글이 주는 힘을 잊고 살았나 보다. 수단을 좇기 위해 진짜 내가 행복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글에 대해 방관 한 건 아닌지. 방관이 지속되면 망각이라는 단어로 다가올 줄 알았건만, 글은 내게 되려 치유를 선사한다.
사실, 치유란 게 별거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 편안하고 모든 생각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자유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래서 다시 글을 찾았나 보다.
나는 말로 전달하는 방식이 서툴다. 신중하다. 곱씹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해야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글 덕분에 힘을 얻는다. 글은 나의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상상이 뒤섞여 공상이 되고, 공상이 조합되어 글 밖으로 꺼내진다. 이런 생각의 과정들이 복잡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나는 마냥 싫지가 않다.
싫지 않은 글에게 나는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지만 글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우연일까? 처음 보는 학생이 내게 말을 건넨다.
"죄송한데, 혹시 펜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아 네...!"
"갑자기 떠오른 게 있어서 노트에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요, 10분만 쓰고 바로 드릴게요!"
당황했지만, 이상할 게 없었다. 그것이 글이 주는 힘이니까.
날아가려는 생각을 붙잡기 위한 그 학생만의 방식이고 다짐이니까.
글이 글을 낳는다. 다짐하고자 쓴 글 끝에 또 다른 다짐이 찾아왔다.
나아가 학생은 어떤 생각이길래 펜까지 빌려가며 급하게 작성할까. 궁금하지만, 그 사람의 온전하고 아름다운 생각이기에 나는 아껴주기로 한다.
미안함으로 시작했던 이 글의 끝엔 반가움이 있었다.
비집고 들어온 우연은 그 반가움을 필연으로 바꿔주었다.
다시금 시작을 말하는 듯했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