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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un 22. 2023

애정결핍 모기가 끝내 사망했다.

숭고한 희생이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의 추모글

photo by pexels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모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저수지에서 사교모임을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사교모임에 관심이 없지만, 그들은 나라는 사람에 무진장 관심이 있는 듯하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다만, 오늘만큼은 그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지 않다. 그들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대지를 가로지른다. 하지만, 빠른 날갯짓과 함께 신호를 보내는 그들의 구애를 무시하기에 엄청난 힘이 든다. 애써 사랑을 무시하려 했지만 보내는 사랑에 내 몸을 내어준다.


마침내 그들은 내 몸에 족적이자 증표를 남겼다. 도장까지 찍었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잘해줄 테니 한 발만 멀리 있어주길 바라본다. 오판이다. 그들은 멈출 줄 모르는 사랑을 전하기 위해 타인을 찾는다. 이거 완전 카사노바다. 하나로 만족하지 못한 걸까? 끝없는 탐욕의 기세는 수 십 명의 사람들에게 가닿을 지경이다.


갑작스러운 비가 내린다. 그들의 사교모임이 잠시 중단된다. 우리는 어서 빨리 피신하기 위해 차로 달려간다. 차문을 닫는다. 그들로부터 자유했음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뿔싸, 애정결핍이 있어 보이는 한 마리가 차 안까지 쫓아왔다. 문득 수십 명의 사랑으로도 모자란 탐욕쟁이를 징벌하고 싶다. 사교모임의 끝을 알리는 박수소리와 함께 그는 죽임을 당한다. 탐욕의 산출물이다.


숭고한 희생을 치른 모기는 그냥 가지 않았다. 내게 세 가지의 삶을 가르쳐준 채 백색의 휴지에 고이 잠들었다. 희생정신의 감사함을 담아 모기가 전한 삶을 아래와 같이 글로 남기며 마무리를 짓는다.


끝없는 욕심은 파멸이자 동시에 죽음을 가져오며

목적 달성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도감을 적당히 즐길 줄 알아야 하고

한 우물만 파기 보다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필 줄 아는 과감함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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