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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Jun 30. 2023

벌써 6년. 그만 좀 싸우고 싶다.

그 끝엔 빛이 있으리라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발견


photo by pexels


'내가 연인에게 어떤 말을 하려 했을 때, 상대방이 행복해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면 하지 않아요. 되게 좋아요. 덜 싸우게 되더라고요.'


전 직장 동료의 말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내 머릿속을 두드린다.


삶은 자기 욕구 표현의 연속이다. 소위 또렷한 자기주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욕구는 있다. 그 욕구를 표현하지 않고 참을 뿐이다. 한계에 다다른다. 욕구가 인내를 뛰어넘을 때가 온 것이다. 결국 참는 이도 욕구를 표출하고 만다. 변수가 생겼다. 상대방은 '왜 그걸 이제 이야기했냐'며 타이밍에 따른 핀잔을 준다. 그간 내 욕구를 참으며 인내했다는 사실은 모른 체.


평생을 청중으로만 사는 사람은 없다. 언젠간 말과 함께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기 마련이고, 서로의 욕구가 부딪혔을 때 갈등이 생기는 것이 곧 삶이다. 갈등을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것마저 어렵다.


욕구 표출로 비롯된 서로 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서로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려 애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만의 확고한 신념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바로 이때다. 서로의 입에선 원래 주장하고자 했던 내용과 달리 자극적인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자극적이라 함은 욕이 아니다. 주장과 다른 불필요한 말이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순간이다. 뱉는 순간 돌이키기엔 늦다. 둘 중 누군가 감정이 상한다. 이후 기존의 주제와 다른 양상으로 제2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 주제는 자정이 지나도 끊이지 않을 기세다. 본질인 욕구는 해결되지 않은 채 파생된 쓸데없는 빈틈 잡기식 대화다. 속이 빈 껍데기다.


지친다. 대화를 포기하고 싶다. 그러나 상대방은 대화를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 묵언수행이 시작된다. 말을 아끼는 것이 꼭 인생에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상대는 답답함을 표출하며 분노가 극에 달한다. 그 분노는 결국 자극으로 돌아와 제3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와 내 여자친구의 이야기다.


전 직장 동료의 말은 새롭게 다가온다. 


서로의 주장이 부풀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행복함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나는 당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문했다. '과연 몇 프로의 사람들이 위와 같은 상황에 행복한 형식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요.' 라며.


한 달 후 곱씹어보니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뱉었던 동료의 말에 자기 방어기제가 발동했던 것 같다. 또한, 질투심과 함께 그 순간에 행복함을 생각하는 사람이 현실에 존재할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도 찾아왔다.


솔직한 내 감정을 받아들이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의심이 다짐으로, 질투가 배움으로.


나는 곧장 상대방에게 선포한다. 서로의 욕구가 충돌되어 귀가 막힌 순간에 다다랐을 때, 한번 더 생각하여 행복할까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보기로. 그렇지 않으면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여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구축하기로. 다른 방법이 있다면 찾으리라. 말로만 하는 약속은 유통기한이 짧기에.


결과에 대한 부분을 속단하기 이르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처절한 무너짐 끝에 숭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나는 확신한다.


오래된 연인일수록 서로의 편안함에 고착화되어 관성을 깨기 어렵다는 의심이 있지만, 관성을 깨고 그 순간 행복함을 상상해 보기로 다짐한다. 


누군가가 던진 말이 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말이라 여기며 질투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훌륭한 사람에게 배울 수 있음에 되려 감사하는 태도를 길러야 할 것을 깨닫는다.





터널 같은 관계 속 행복함을 상상하자. 


불필요한 말들을 필터링하여 욕구의 본질에 기초한 대화를 이어가자. 그 끝엔 빛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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