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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Dec 18. 2023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

눈을 뜬 우리 앞엔 아까 마신 칵테일과 닮은 호수가 있었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같이 있었던 요정들과 관리자, 몽환숲 카페 모두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이게 칵테일의 마법일까?’라고 생각했다. 찬찬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록색 들풀 사이사이 알록달록 이름 모를 앙증맞은 들꽃들이 피어있었고 호수 안은 너무 짙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엔 우리 홀로 있는 듯했다.


- “역시 꿈이구나.”


꿈속에 있다 믿는 우리는 지금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너무나도 좋았다. 우리는 흥얼거리며 춤추듯이 걸었다. 눈을 감고 자유롭게 걷다 뭔가에 부딪쳤다. 뒤로 넘어진 우리의 몸에서 노트와 소지춤들이 튕겨져 나가떨어졌다. 주우려고 하는데 노트가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노트는 우리 시선 위쪽에서 멈췄다. 자연스레 우리의. 시선도 위로 향했다. 그 앞에는 목 언저리만 있고 그것을 감싸 안은 날개와 눈이 가득한 신성한 무언가가 있었다. 얼굴 뒤로 띠로 이루어진 다른 눈들이 있었는데, 그 많은 눈이 쳐다보니 무서웠다.


- ’ 여기는 꿈이야. 꿈. 진정해. 너무 놀라지 말자.‘


속으로 우리는 자신을 진정하기 바빴다.


- “괜찮다. 놀라지 말거라. 반갑구나. 우리야.”


온화한 목소리에 어디서 느껴본 적 있는 느낌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신성해 보이는 존재는 자신을 몽환숲의 대천사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대천사라는 존재가 그리 말했음에도 우리는 많은 눈의 시선 때문에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마음을 다 잡고 덜덜 떨면서 고개를 들어 대천사 모습을 다시 찬찬히 바라보며 말했다.


- “안녕하세요. 대천사님. 그…. 지금 떠있는 저 노트 제 건데 돌려주시겠에요?”

- “잠시 보아도 되겠니?”


친절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부탁하니 거절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승낙을 하자 노트가 휘리릭 펼쳐지고 여러 번 공중에서 돌더니 다시 우리에게 천천히 향했다.


- “재미나게 적었구나.”


노트를 받은 우리는 수줍게 웃으며 이곳이 재미있어 그렇다고 답했다. 조금 대화를 나누니 두려움과 부담스러움이 어느 정도 사라지는 듯했다. 그제야 제대로 대천사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천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성경에 나오는 천사와 더 닮은 듯했다. 얼굴은 정말 성스럽게 아름다웠다. 또 아름다운 사제복 깃이 천사의 목 위로 살짝 보였기에 신과 아주 가까운 존재이기에 모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날개로 감싸 상체만 보여주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 여긴 칵테일을 마셔서 꾸는 꿈인데 왜 나의 억압에 관련된 게 아니라 천사가 나온 건가 의문이 들었다. 우리 속마음을 읽은 듯한 천사는 말했다.


- “너의 궁금증에 모든 답은 해줄 수 없단다. 다만 몇 가지는 가능하지.”

- ”그럼 이곳에 왜 나타나신 거예요? 천사는 신의 대답을 전해주고 인도해 주는 존재가 아닌가요? 제 억압을 끊어주시기 위해   제 꿈에 나타나신 건가요? “

- “신은 너에게도 이미 주었단다. 답은 언제나 그 언저리에 주지. 난 그저 너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온 것이란다.”

- “그 언저리가 어디죠? 오셨으니 그냥 답해 주시면 안 되는 건가요? 저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왔아요.”

- “그 반짝임이 무엇이고, 무엇이기에 찾으러 왔니?”


신의 질문에 우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 ‘어? 나는 여길 어떻게 찾아온 거지? 나는 무슨 반짝임을 찾으러 온 거지? 여기에 오면 저절로 찾아지는 게 아니었나?’


멍해지는 우리였다.


- ”이번 역은 앞서 오는 기차를 보내고 가오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


사람으로 붐비는 전철 안에서 오늘도 같은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 ‘아….. 또 연착이야? 이러면 지각인데…..’


사람들 사이에 끼여있던 우리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인상을 찌그렸다. 역에 도착하자 초초함에 굳이 안 뛰어도 되는 계단 위를 달렸다. 달리고 달려 조금은 여유롭게 도착한 곳은 회사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비즈니스와 마케팅 컨설팅을 하였다. 일을 꽤나 잘하였기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차근차근 상담을 이어나가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집을 나선 후부터 계속해 사람에게 치여 피곤했던 우리는 같이 밥 먹으러 나가자는 동료들을 피해 조용한 옥상에 올라왔다. 올라오기 전 사온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오물오물 씹으며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한 동료가 다가와 놀라게 했다.


- “아악!! 깜짝이야! 으아아아 과장님! 욕할 뻔했잖아요!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면 안 돼요!”

- “큭큭큭 푸하하핫. 우리 대리님 반응은 늘 재미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은걸요?”


과장은 놀란 토끼눈이 된 우리를 보며 말했다.


- “오늘은 또 왜 이렇게 센치해져서 그러고 앉아 계실까요? 뭔데, 말해봐. 내가 듣는 건 하나는 진짜 잘하잖아. 들어줄게.”


그 말에 우리는 잠시 고개를 떨구고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시작했다.


- “있잖아요. 지금 삶이 너무 힘든 것도 아니고 적당히 살만하고 적당히 행복하다 생각하거든요? 그럼 불행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야 하는 게 맞잖아요. 평범하고도 평범한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는데. 그럼 적당히 지금처럼 행복해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공허해요.”

- “계절타나? 그러기엔 아직 너무 더운 날씨인데……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 “음……과장님은 상담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 “ 나? 나는 ‘열심히 사는구나, 저렇게 하면 안 될 텐데, 빨리 퇴근하고 집에 가서 뒹굴며 맥주나 하고 싶다?’ 이 정도?”

- “그렇구나. 저도 처음엔 비슷했어요. 별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어요. 내 일이니깐 할 일만 하고 쉬고 싶다, 놀고 싶다 생각정도. 근데, 어느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상담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부러웠어요. 딱히 부러워할 게 없었는데 말이죠. 음…그래서 생각을 해봤어요. 뭘까? 뭐가 그들에게서 부러운 걸까? 그래서 더 많이 바라봤어요. 표정들을 바라보면 절박하고 간절하기도, 혹은 자신감이 뻔뻔할 정도로 넘쳐 보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다양한데 딱 하나 공통점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반짝였어요. 뭐지. 뭐랄까. 그냥 그 생기 같은? 에너지? 그 있잖아요. 그냥 저한테 없는 게 느껴졌어요. “

- “에이, 그분들이야 행동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그런 거지.”

- “이걸 여기에서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지나가는 사람들과 친구들 모두 무언가가 있어요. 각기 다른 그 무언가가 원동력이 되는 건지 계속 나아가요. 그들 속에 있는 저는 도태된 개구리 같아요. 우물 안에 개구리.”

- “그렇게 느끼는 건 말을 안 해서 모르는 것뿐이지 다들 우리 씨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요. 그럼 우리 씨랑 같은 거잖아요. 원동력? 그 원동력은 우리 씨가 지금 우울해서 잠시 잊은 거뿐이지 존재할 거예요. 그럼 우리 씨에게도 그 무언간가가 있다는 거겠죠? 그러니깐 기운 내!”


과장은 웃으면서 우리의 등짝을 쳤다. 머쓱한 웃음과 함께 간결한 대답을 한 우리는 다시 하늘을 바라만 봤다.


퇴근길. 과장님의 말을 곱씹으며 그냥 잠시 스쳐가는 우울함이겠거니 하며 넘기기로 했다. 결국 계속 살아는 가야 할 테니깐 말이다. 그렇게 며칠 다시 좋아지나 싶었다. 하나 다시 찾아온 우울과 공허는 우리를 미치게 하였다. 분명 곁에는 사랑하는 이들과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데 왜 이리 슬프고 불행에 빠진 것 같은지 알 수가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매너리즘인가 싶어 연차를 내어 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그때 한 순간뿐이었다. 도대체 뭐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인지 답답해 결국 우리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지경이 되었다.


- ”선생님 너무 우울해요. 우울하고 공허해요. 저는 사람들이 되기 어렵다고 말하는 아주 평범하고도 평범한 삶을 살은 보통사람이에요. 이걸 이루었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요. 아직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와 동시에 너무 잘 살고 있다 생각해요. 근데 왜 이러는 걸까요? 매일 밤마다 고요하고도 슬픈 짙은 어둠이 저를 삼켜버려요. “

- “이 감정을 느끼기 전엔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아니요. 그냥 늘 같았어요.”

- “번아웃일 수도 있겠네요. 정확한 건 좀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네요.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몸이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충분한 휴식은 취해주셨나요? 그 밖에 다른 증상들은 없으시고요?”

- “그냥 너무 슬퍼요. 분명 낮에는 행복했던 것 같은데 밤바다 어둠이 저를 계속 삼켜요. 그래서 무서워서 슬퍼서 매일 울어요.”

- “밤에 어둠이 우리 씨를 삼킨다고 했는데 우리 씨는 그 어둠이 공허함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어요. 그냥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져요. 우울하다. 슬프다 이런 감정을 느낄 틈 없이 갑자기요. 그래서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싶어서 무섭기도 해요. “


계속되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고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 느낄 수 있는 한 시간이 지날 때쯤 의사 선생님은 약을 지어주며 계속해 상담을 진행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이건 마음에 감기가 온 것이니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라는 당부에 우리는 조금 후련해졌고, 따스한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잘 다니면 금방 나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우리의 상담은 도돌이표였고 많은 것을 시도해 봤음에도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다.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의 병명을 알았음에도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피폐해져만 갔다. 계속해서 그 감정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상담사를 바꿔보기도 하고 타로나 신점을 보러 가기도 해 봤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스스로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찾기 위해 우울해졌는지도 잊혀만 갔다. 그냥 목적 없이 찾아 헤매는 어항 속 물고기. 그게 지금 우리였다.


어느 날 반복된 일상을 맞추고 집에 들어가 모니터 앞에 앉아 멍하니 화면을 바라만 봤다. 그러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크게 사로잡았다. 우리는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떤 검색어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검색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어떠한 신비한 숲의 존재를. 숲의 존재를 아는 이들 속에는 우리와 비슷했던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원하는 걸 찾았다고 했다. 한줄기의 희망을 찾았다 싶었다. 하나 아무도 가는 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모호한 답변만 돌아올 뿐. 절망의 그림자는 다시 우리를 덮쳤다.


우리는 천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울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염없이 우는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던 천사는 입을 뗐다.


- “내가 말하지 않았니. 답은 언저리에 주었고 너는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찾았다. 원하는 답을 찾았으나 그걸 모르는 듯하구나. 네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기억해 내렴. 그러면 찾던 답, 반짝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돌아갈 방법도.”


천사의 대답을 들은 우리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했다. 하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어떻게 해. 분명 여기 오기 전까지의 일들은 다 기억나는데 왜 어째서 어떻게 왔는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거야……”


계속해서 우는 우리를 향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천사는 말했다.


- “불안해하지 말거라. 너에게 그들을 준 이유가 있으니. “


불안해 떨며 쳐다보는 우리에게 천사는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다시 혼자된 우리는 처음에 느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울 뿐이었다. 꿈에서 빨리 깨어나길 바랐다. 그러자 놀랍게도 우리 주변에 관리자들과 요정들이 나타났다.


- “우리 괜찮아? 왜 계속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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