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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화 Dyuhwa Dec 11. 2023

몽환숲_우리의 이야기

요정들을 위한 몽환숲 카페(2)


- “안녕하세요 요정님, 내면 속 욕망이요? 그걸 열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욕망이니 소원을 들어준다는 건가요? “

- “음……. 뭐, 그런 셈이죠.”


데빌럽루스는 웃으며 말했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는데도 느껴지는 섬뜩함은 우리의 촉감을 곤두서게 했다. 무섭지만 바텐더라고 하지 않았나. 도망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관리자와 곁에 있는 요정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만 같았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 “왜 눈을 드고 계시지 않나요?”

- “대게 이방인들은 저를 보면 우선 도망을 가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네요.”

- “제 질문의 대답은 그게 아닌듯해요. 저 말고 다른 이방인들도 카페에 왔었나요? 그들도 저와 같은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왔던가요? 아무런 이유 없이도 올 수 있는 곳인가요? 저와 같은 사람들은 원하는 걸 찾아 돌아갔나요?”


이방인이라는 단어에 우리는 무서움을 잠시 잊고 관리자에게 물어도 듣지 못했던 궁금한 질문들을 봇물 쏟듯이 내뱉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듯한 데빌럽루스의 표정을 대변하듯이 드고 있던 열쇠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열쇠 표정을 본 관리자 둘은 양쪽에서 우리 귀를 감싸 안은 후 속삭였다.


- ”우리야 조심해. 그녀는 데빌리의 요정. 악마에 더 가까운 요정이야. 그녀와 대화할 땐 말을 신중하고 짧게만 하는 게 좋아. “


관리자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데빌럽루스는 혀를 짧게 찬 뒤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 “무엇을 원해요? 내가 어떤 걸 대답하길 원하는 거죠?”

- “다 알고 계신 건가요?”

- “다 알고 싶은 건가요? 그게 당신의 욕망인가요?”


욕망. 욕망이라는 단어에 관리자들이 속삭였던 말이 우리 머릿속에 떠올랐다. 잠시 눈을 감고 신중히 생각했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킨 후 우리는 다시 답했다.


- “아뇨. 메뉴판을 가져다주시겠어요?”


대답을 들은 데빌럽루스는 아쉬운 듯 웃으며 메뉴판을 가지러 갔다.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본 몽글한 관리자는 잘했다는 듯이 우리 머리를 어루어 만져주며 그녀에 대해 이야기했다.


데빌럽루스. 악마의 집요한 사랑이라는 뜻을 가진 요정. 내면에 있는 욕망을 사랑하는 요정인데 한 대상의 욕망을 풀어줘야 그 기운의 힘으로 잠겨있던 자물쇠를 풀 수 있고 감겨 있던 눈이 떠진다고 한다. 눈을 뜬 요정은 그제야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있게 되며 자물쇠와 눈을 열어준 욕망에게 다시금 감사를 느끼며 강한 힘 또한 선물해 준다. 강한 힘을 받은 욕망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 주는데 풀어준 대개의 욕망은 악한 것이라 그 끝은 비참하고 잔인하다. 그래서 몽환숲이 현실과 같이 존재했던 옛날에는 이 요정을 만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악마에게 씌었다고도 말했다.


아주 달콤하고도 무서운 악마요정임을 확실히 알게 된 우리는 조언해 준 관리자들이 왜 관리자인가 다시 보게 되었다. 메뉴판을 들고 다시 온 그녀 앞에 음료 주문에 고민하는 우리에게 관리자는 설명해 주었다.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다행히 그녀가 만든 음료는 그녀의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악마의 씁쓸함과 달콤함이 들어가 있는 단순한 칵테일들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왠지 조심해야만 할 것 같았다. 술에 취해 말이헛나와 욕망을 말하지 않기 위해 자신 두 뺨을 두들기며 칵테일을 홀짝였다. 그때 알딸딸한 상태인 우리를 또 기겁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칠판 긁는 소리아 우우웅 울리는 깊은 물속 소리. 일찌감치 욕망 묻기를 포기한 바텐더는 자 있는 일이라는 듯이 이야기하였다.


- “저 또 시작이네. 또. 저 인어들은 늘 와서 술 먹고 울어요. 술버릇이 우는 거예요. 저 친구들이 울어서 나는 소리이니 놀라지 말아요.”


바텐더가 울음소리라고 하였는데 우리가 들은 것은 카페 안에서 나는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 “저 밖에서 나는 소리는 뭐예요?”

- “인어 울음소리예요.”

- “인어들은 안에서 우는데요?”

- “그니깐 인어 울음소리라니깐요?”


바보 같은 질문과 대답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나비 날개를 가진 새로운 바텐더가 날아왔다.


- ”저 밖에서 나는 소리는 파도 소리예요. 저것도 인어의 울음소리랍니다. “

- “어떻게 파도 소리가 인어의 울음소리죠?”


도통 이해가 가지 않은 우리가 다시 질문을 하자 나비 날개의 바텐더는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어의 종족은 태생이 해용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신비한 힘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신비한 능력 특징에 따라 종족이 또다시 나눠지고 이것을 수없이 반복한 후에 지금의 두 종류만 남았다. 하나는 너무나도 유명해 종족 이름을 말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세이렌이다. 또 다른 종류가 바로 메로우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울음소리의 정체는 메로우였다. 그들은 아름다운 여성향을 가진 인어로 바다 그 자체와 하나인 게 능력이었다. 즉, 감정에 따라 바다 상태가 변한다는 것이다. 슬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요했던 바다에 거친 파도가 온다면 그것은 슬픔에 빠진 인어 메로우의 눈물이고 흐느껴 울어 흔들리는 물결의 감정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강력하고 소리가 매서웠는지 바다에 나온 뱃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먼 과거엔 뱃사람들은 안전기원과 풍요를 위해 슬픔이 아닌 즐거움을 가지라고 축제를 만들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 “술 먹고 하도 울어서  이제는 요정들 조차 갑자기 파도친다 생각하지 않죠. 파도가 많이 치는 지역이구나 하고 그냥 넘기는 편이에요. 여기선 익숙한 광경이죠. 술을 마시면 그렇게 슬픈 일들이 떠오른대요. 그래서 기분 좋아지는 마법이 깃든 술을 권하면 그건 자신을 속이는 거라며 안 마셔요. 웃기죠. 정말 웃기고 아름다운 친구들이에요.”


우리는 모르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었다. 발그레진 얼굴을 손에 기대고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음미하듯이 쳐다보다 펜을 들었다.


- “다 적으셨나요?”


적는 것을 마치자 술이 조금 깨는 듯하였다. 우리는 그제야 질문을 한듯한 바텐더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얼굴을 한 요정이었다. 머리카락은 짙은 밤에 반짝이는 별들이 아름답게 쏟아지는 듯했고 그의 발은 롱부트를 신은 듯하게 삐죽하고 검게 물들어져 있었다. 발목엔 아주 귀여운 날개도 달려있었는데, 저게 진짜 발일까 마법으로 신은 신은 신발일까 궁금증을 유발했다. 날개는 호랑나비 날개처럼 눈형상을 띈 무늬인 줄 알았는데 진짜 눈이었다. 눈이 네 개인 요정이었다. 날개의 눈은 날개에 맞게 눈이 45도 틀어져있었고 고요한 정막 분위기를 풍겼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소개하였다. 그의 이름은 밤나비요정이었다. 카페 시그니쳐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유명한 요정님. 몽환숲 자유정령왕을 모시는 정령계 요정이며 아름다워 계속 쳐다보게 되는 머리카락이 특징이라 했다. 더욱 신기한 건 밤하늘을 담은 머리카락은 풍경과 같이 매일 달라져 날개에 박힌 눈으로 서로를 확인한다고 하였다. 눈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다른 능력이 있는데, 모든 생명체의 고민이나 타인의 안 좋은 시선과 같이 눈에 담긴 어둠을 가져가고 평안한 밤을 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명해진 일화가 있는데 작업에 대한 공포, 타인 시선에 불안함으로 불면증을 앓고 있던 작가가 새벽잠을 이루지 못한 덕에 밤나비요정을 우연히 만나 생기를 되찾고 다시 나오긴 힘들 대작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작가는 신의 선물을 받았다며 그들을 찬양했고, 예술계에서 꼭 만나고 싶은 천사 같은 존재로 각이뇌며 대중에도 알려졌다 한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밤나비요정이 만든 카텍일을 당장 마시고 싶어졌다.


- “저 시그니쳐 칵테일 한 잔 부탁 드릴게요.”


  


설레는 마음으로 마신 술은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마티니잔에 호수 깊은 색이 담겨 있었고 그 위엔 눈을 감고 있는 황금빛 초승달이 둥둥 떠다녔다. 바텐더가 바스푼을 넣은 후 손바닥을 짝! 소리 나게 치니 스푼 위에 밤나비요정 날개를 닮은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나 앉았다. 그리고 그 날개 끝엔 빛이 나는 하얀 무언가가 휘날렸고 날개에 달린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는데, 잔 안에 있는 초승달 색과 같았다. 초록색 오로라가 잔 안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젓지 말고 마시라는 말에 조심스레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조금만 마신 것뿐인데 몸이 가볍게 둥둥 떠오르는 듯했다. 두 모금엔 숲 속 어딘가 흐르는 호숫가에 떠밀려가는 기분이었다. 청량하면서 알 수 없는 따스함과 편안함 그리고 비단결 같은 촉감은 끝없이 우리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것을 다 마시면 반나비요정 덕분에 유명해졌다는 작가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것처럼 우리 또한 무언가를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세 번째 모금부터 쭉 들이켜 마셨다. 다 마시고 나니 미친 듯이 눈이 감겨왔다. 기분 좋게 느껴지던 비단결 촉감이 이불로 감싸듯이 포근하게 바뀌니 무너지는 눈을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바에 그대로 엎드려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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